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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리뷰/영화리뷰

내 인생 프랑스 영화 추천 ‘알로 슈티’ - 코미디로 파괴시킨 지역 차별주의

by cardo 2020. 8. 23.

인생 프랑스 영화를 찾고 있다면 나의 가장 베스트 영화였던 ‘알로 슈티’를 추천하고 싶다. 2008년 개봉한 이 프랑스 영화는 1시간 46분의 짧은 코미디 영화다. 그냥 단지 우스꽝스러운 것이 아닌 사람 냄새나는 웃음, 유머를 다루는 완벽한 희극이 아닐까 한다.

주인공 필립의 직장은 우체국이다. 필립은 국장으로 근무하며 프랑스 내 여러 지역에서 순환 보직으로 돌아다닌다. 도시 생활에 지친 아내를 위해 날씨 좋고 따뜻한 프랑스 남부 지역으로 전근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거짓으로 장애인 특별 전형으로 지원했으나 어이없이 들통나버리고 징계성 전근으로 프랑스 최북단 ‘베르그’로 발령이 난다. 필립과 그의 아내, 친구들에게 프랑스 북부란 거의 북극과 같다. 항상 눈이 내리고, 영하 20도는 우습고, 추위를 참지 못해 사람들은 매일 술을 마시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투박한 사투리와 말투 때문에 알아듣기 어렵고 거칠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결국 필립은 가족과 떨어진채 홀로 ‘베르그’로 전근가게 되고, 알아듣기 어려운 ‘슈티미’사투리를 쓰는 주민들과 지내게 된다.

세계 어느 곳이든 지역주의는 존재한다. 이 작은 반도 국가인 우리나라만 해도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모두 특색있고 서로에 잘못된 선입견도 지니고 있다. 더 큰 국가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마찬가지였고, 강대국인 중국과 미국은 더 심하다. 완전 다른 나라사람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특히 유럽은 역사가 길다 보니 지역색이 더욱 강하다고 한다. 이탈리아 남부와 북부는 서로 다른 국가의 정체성을 가지고 언어도 외국어 수준으로 다를 정도라고 한다.

인간은 본래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나와 같으면서도 다른 억양과 언어를 구사하는 나와 닮은 사람을 경계하고,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서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주인공 필립을 포함한 그의 가족들, 친구들 모두 프랑스 북주 지역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다. 심지어 어린 아들마저 북극에 가는 것이냐?, 발가락을 자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할 정도다.

하지만 베르그에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생활하면서 필립의 견고했던 선입견은 어느새 다 녹아내린다. 슈티 사투리도 익숙하고 가끔 자기도 사용할 정도며, 주민들과는 인사를 건네며 아주 친하게 잘 지낸다. 직원들의 개인사까지 챙길 정도로 끈끈해진다. 이런 변화 속에서 간간이 나오는 유머마저 내 취향이었다. 소리내어 웃고 마지막은 나도 눈물을 짜내며 영화에 푹 빠진 1시간 46분이었다. 2번 보았으니 3시간 30분이겠다.

알로 슈티의 내용은 우리 삶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서울 사람들에게 지방은, 주인공 필립에게 베르그와 비슷할 것이다. 대구는 대프리카라 불리며 찜통 더위에 사람들은 밖에 나오지도 못하고, 아스팔트 도로가 녹아내린다. 사과만 먹는 줄로 안다. 직접 가면 알게 된다. 이런 선입견은 그 지역의 아주 미미한 부분에 불과한 것이라고. 우린 쉽게 선입견을 갖기도 하지만 쉽게 그것을 깨부술 수 있다. 영화 ‘알로 슈티’를 보며 함께 웃고 울며 내가 가진 지역주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걸 깨보자!

주연 배우 중 앙투완 역할을 맡은 사람이 감독도 했다니 신기했다. 대니 분이란 사람인데 주인공 필립을 처음 맞이하고 가장 친하게 지낸 직원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