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서리뷰/에세이 수필집

책 리뷰: 나의 소소한 일상, 다자이 오사무

by cardo 2020. 4. 24.

일본 현대 문학의 거장이자 자전적 소설인 '인간실격'으로 유명한 다자이 오사무의 산문집을 읽었다. 인간실격과 사양이라는 소설집에서 볼 수 있듯 그는 굉장히 자전적인 요소를 많이 담는 소설가다.

 

그의 산문집을 읽으며 평소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산문집은 소설 인간실격과 사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개인적인 재미를 더해줄 것이고, 모르는 사람은 앞으로 이 소설들에 대해 호기심을 키워줄 것이다.

 

일반 사람들과 별 다를 것 없는 참혹하고 가난한 일상의 이야기 속에서 간간히 주옥같은 구절을 건져내는 맛도 있다. 당시 배경은 세계 2차 대전 막바지 전쟁에 곧 패배할 쇄락의 길을 걷는 일본과 전후 비참하고 가난한 일본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젊은 나이에 이 시대에서 인간성의 참혹함과 비정함, 사회 구조에 대한 염세를 느낀다.

 

군국주의 교육과 시스템, 엄한 가정의 분위기를 따르지 못하는 나 자신이 다른 인간에 비해 모자른 것 같고 부끄럽기만 하고,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오사무. 좌파 계열에 합류하지만 그렇다고 떳떳하지 못하고 행동하는 자들 뒤에 서있는 부끄러움. 이런 감정들은 당시 젊은이들의 큰 공감을 일으키고, 사회에서 꽤 큰 반향을 선도한다. 산문집에서도 그의 생각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밑줄 친 구절

 

저기요, 읽어서 재미없는 소설은, 그건 서툰 소설입니다. 무서울 것 없어요. 재미없는 소설은 단호하게 거부하는 게 좋습니다.
아름다움은 남이 알려줘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혼자서 문득 발견하는 것입니다. '만년' 안에서 당신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지 없을지, 그것은 당신의 자유입니다. 독자의 황금 권리입니다. 그래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못 알아볼 녀석은 두들겨 패도 절대로 알 수 없거든요.
소설이란 것은 본래 아녀자의 읽을거리로, 소위 영리한 어른이 기를 쓰고 읽고, 게다가 그 독후감을 책상을 두드리며 논할 성격의 것은 아닌 것입니다. 소설을 읽고 자세를 바로 했다든지, 머리가 수그러졌다든지 하는 사람은, 그것이 농담이라며 그나마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겠지만, 정말로 그런 행동을 했다면 그것은 미친 사람의 행동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정성을 다하는 것이라 해도 자네들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친절이라고 하면, 너무 맛대가리가 없다. 마음씨, 마음가짐, 마음 씀씀이, 이렇게 말해도 딱 들어맞지 않는다. 즉,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작자의 정성을 다한 것이 독자에게 통했을 때, 문학의 영원성이라든가 혹은 문학의 존귀함이라든가, 기쁨이라든가 그런 것이 비로소 성립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소소한 일상 - 다자이 오사무 산문집
국내도서
저자 : 다자이 오사무 / 김춘미역
출판 : 시공사(단행본) 2007.03.23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