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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비문학

사사키 도시나오의 큐레이션의 시대 도서 리뷰 및 요약

by cardo 2020. 3. 26.

좋은 일본산 실용서를 읽다 보면 '와, 정말 우리나라보다 조금 앞선 상황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거나 '어, 지금이 딱 그런 것 같아.'라고 느낄 때가 있다. 전자는 최근에 나온 도서고, 후자는 대충 5년 조금 넘는 과거에 나온 도서다.

 

사사키 도시나오의 큐레이션의 시대는 2011년에 나왔다. (미안하다, 내가 늦게 읽었다. 한국에도 2012년에 나왔네) 그는 IT 저널리스트이며, 다수의 IT 기술과 정보(저널리즘)에 관한 관계와 양상에 대한 책을 냈다.

 

이 책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큐레이터의 역할은 정보 대홍수 속 노아의 방주다. 넘치는 정보 속에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혹은 살아남을만한 정보를 골라내 살린다.'이다. 다섯 가지로 요약해보자. 

 

첫 번째: 일본 프로모터 다무라 나오코의 브라질 음악 거장 지스몬티의 행사 기획 과정을 예로 큐레이션의 중요성을 꺼낸다. 다무나 나오코의 프로모션 기획 과정을 비오톱(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라는 개념을 들고 와 설명한다. 다무라 나오코의 경우 온라인 마니아 커뮤니티, 니치 타깃을 잘 활용해 지스몬티에 기꺼이 관심을 가지고 공연에 참석할 열의가 있는 마니아들을 포섭하는 데 성공한다. 이 행사 프로모션 과정이 왜 큐레이터가 중요한가를 잘 나타낸다.

 

정보 전달을 위한 과제

1. 정보를 원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는가?

2. 그곳에 어떻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

3.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정보로 감명을 줄 수 있을까?

 

두 번째: 과시적 기호 소비의 종언을 고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남들이 그랬기 때문에 나도 소비한다라는 의식을 갖지 않는다. 아니 아직 가지긴 하나 그 영향력이 작다. 저자는 일례로 행오버의 일본 영화 흥행을 가져왔다. 미국 할리우드발 B급 영화 행오버는 지극히 B급 감성을 가진 Well-made 영화다. 잘 만들어진 B급 코미디에 전 세계는 열광했고 주류가 아닌 영화를 자신 있게 그리고 기꺼이 소비하기 시작했다. 영화를 볼 때'남들이 보니까 본다'라는 의식이 아닌 '꽤 괜찮은데? 볼만한데? 내 스타일인데?'라는 의식이 더 강해졌다.

 

또한, 일본 전후 사회(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와 비슷하다)는 패키지로 사람을 구별한다. 책에서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대기업의 명찰을 갖고 있으면 '신용할 수 있는 성실한 샐러리맨'이라는 정체성이 주어졌고, 알로하셔츠를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비치 샌들을 신고 있으면 '양아치'란 정체성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부여되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우리나라 사회와 거의 똑같다고 본다. 누가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외양을 갖췄는지에 따라 그 사람은 구별된다.

 

이제 위와 같은 대형 소비/주류 문화는 사라지고 투명한 개인이 주도한다. 일명 오타쿠. 각 분야의 오타쿠(마니아, 전문가)는 각자의 취향과 권역을 구축하며, 이런 구조에서는 콘텍스트가 중요하다. 연결성과 공감. 저자는 자신의 단골 안경점을 예로 작고 매니악하지만 주인의 안경에 대한 열정에 고객은 감동하며, 구태여 먼 안경점을 정기적으로 들려 안경을 구매한다. 내가 한 달에 한 번 30분 넘게 지하철을 타고 단골 이발소에서 항상 머리를 깎는 이유와 같다. 나는 주인과 연결되었고 소통하는 기분이다. 말하지 않아도 잘 깎아주며, 항상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책에서 '현대의 소비는 '내 라이프 스타일보다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가?', '만드는 사람의 철학이 나와 맞는가?'와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상품에 돈을 쓰는'방향으로 옮겨 가고 있다.'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이미 온라인에도 대형 쇼핑몰이 아닌 편집샵과 디자이너 샵이 트렌드다. 작은 규모의 브랜드도 주목받을 수 있으며 매니악한 고객이 형성되었다.

 

'필요한 기능만을 소비한다.'라는 사고방식은 다양한 분야로 퍼지고 있다. 요즘 책방, 온라인 서점만 가보더라도 미니멀리즘,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리스트 일색이니 두 번 말할 필요가 없다.

 

세 번째: 포스퀘어 사례. 콘텐츠 미디어 스타트업이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유저의 니즈를 충족할 것인가. 에 대해 알 수 있다. 포스퀘어는 그들의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3가지 장치를 고안했다.

  1. 스스로 철저히 모듈로 남아, 거대 플랫폼에 의존할 것

  2. '장소'와 '정보'의 교차점을 잘 설계할 것

  3. 교차점에 이용자들을 접속시키기 위해 '체크인'이라는 새로운 수법을 도입할 것

본론은 위 세 가지를 자세히 설명하는 내용이다. 첫 번째는 작은 스타트업에게 유용한 조언이 될 것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장치는 모든 기업에게 좋은 큐레이팅 전략이다. 서로 다른 정보 간 교차점을 잘 설계하고, 교차점에 이용자들을 접속시키고 연결성을 키운다. 큐레이팅의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 연결성과 공감, 그리고 자기가 소속되었고, 작은 부분이라도 기여를 한다.라는 의식은 서비스를 꾸준히 이용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요소다.

 

네 번째: 인터넷은 사람을 투명하게 한다. 해당 유저의 기록은 영원히 남게 되므로 말을 쉽게 바꿀 수 없으며, 신용에도 철저한 검증을 할 수 있다. 다만, 많은 정보 속 옳은 정보와 그른 정보가 혼재되어 있으니 필터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 결과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 더욱 중요해졌다. 정보는 믿지 못해도 사람은 믿을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믿을만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속 큐레이터의 역할은 더욱 강력하고 견고하다.

 

적절한 큐레이터의 역할로 샤갈과 아방가르드 전시회를 기획한 사례를 든다. 기존 샤갈은 사랑의 화가이자 환상적 작풍을 가진 부드럽고 산뜻한 색조의 화가다. 하지만 큐레이터는 러시아 아방가르드란 콘셉트로 러시아의 전위 예술 운동과 샤갈의 관계에 주목한다. 철저한 고증과 조사 그리고 큐레이터의 깊은 안목을 통해 샤갈을 재조명했으며 사람들은 샤갈의 다른 면모와 러시아 예술 간 관계를 알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큐레이터의 깊은 통찰을 필요로 한다.

 

큐레이터가 필요한 이유로 프로 아티스트를 제외한 아웃사이더의 재조명을 예로 든다. 이미 프로는 자신을 어필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으며 작품은 물론 모든 활동에 이를 접목해 어필을 한다. 하지만 아웃사이더 아트의 경우, 큐레이터가 시대와 공감하는 콘텍스트를 부여해야만 주목받을 수 있다. 세상에 묻힌 수많은 훌륭한 아트를 발굴하고 조명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큐레이터가 필요하다.

 

즉, 광활한 정보의 바다에 특정한 콘텍스트를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큐레이션이다. 따라서 스스로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이미 존재하는 막대한 정보를 분류하고 유용한 정보를 골라내어 수집하고 다른 사람에게 배포하는, 즉 큐레이션을 하는 사람들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트위터로 실험한다. 직업상 매일 막대한 양의 정보를 웹에서 수집하기 때문에 항상 유용한 기사를 북마크 해둔다. 자신의 시각이 남들과 다른 독자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고 믿고, 이 관점을 누군가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트위터에 기사 공유하고 간략히 자신의 코멘트를 담았다. 그 결과 생각보다 많은 반응을 받았다. 한편 그는 소셜미디어의 다른 인플루언서에게 또 다른 영향을 받곤 한다. 음식과 음악, 맛집 등 다양하다. 모두가 인플루 엔서이자, 다른 면에서는 인플루언서로부터 영향을 받는 팔로워다.

 

다섯 번째: 그래서 우리는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인터넷으로 우리의 문화 생활권은 국경을 초월하고 공감을 일으킬 요소를 서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란의 중산층을 다룬 영화가 일본에서 많은 공감을 불렀고, 미국 음악, 스페인 음식, 중산층 생활 등은 전 세계가 점점 비슷한 양상을 띤다. 또한 그 속에서 다양하게 나뉘며 저마다 자리를 만들고 있다. 그러므로 대형 매스 미디어는 무너지고 세분화된 미들 미디어가 성장할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개성과 매력을 지닌 지역성 정보가 소비될 것이며 세분화된 취향을 충족할 콘텐츠가 살아남는다.

 

그런데 어떻게 세계화는 획일화를 불렀는가. 사실 미들 미디어의 세분화된 취향도 넓게 본다면 더 큰 문화권 하나로 묶어버릴 수 있다. 맥도널드와 스타벅스가 전 세계에 자리 잡고 있다. 어떻게 획일화를 이루었는가? 단순하다. 맥도널드와 스타벅스는 언제 어디서 가든 동일한 맛과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매장은 아름답고 음식과 커피는 먹을만하고 내가 알던 그곳이다. 이를 보증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압도적인 플랫폼은 어떻게 문화의 다양성을 키우는가에 대해 몽골 제국을 예로 설명한다. 몽골 제국은 타 제국과 달리 문화적 압박을 일절 가하지 않았다.

 

플랫폼-몽골 제국

  1.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질 것 - 몽골의 압도적인 군사력

  2. 사용하기에 대단히 편한 인터페이스를 실현시킬 것 - 대형 간접세와 대체 통화를 통해 효율적인 관세 시스템

  3. 플랫폼 위의 플레이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허용력을 가질 것 - 문화 불간섭주의

그 결과 모노톤의 백자에 다채로운 푸른 장식을 가미한 청화 백자라는 예술이 탄생했다. 궁극적으로 현대 큐레이터의 역할은 온라인 및 온라인 속 플랫폼에서 수많은 정보와 취향 속에서 서로 통할 것을 간파하고 만나게 하고 재구성 한느 것. 이를 통해 훌륭한 예술품(콘텐츠)을 발굴하고 조명하는 것이다.

 

큐레이션의 시대
국내도서
저자 : 사사키 도시나오 / 한석주역
출판 : 민음사 201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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