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9

스물 네번째 이야기, 빈티지 천국 쿠바야 변하지 말아줘 예쁘게 낡은 것들에 야릇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다. 생각보다 많은 동지들이 있겠다고 예상하지만 나는 반들반들 손때 묻은 것들을 좋아한다. 오래 쓴 할머니의 손수건, 반들반들 윤이 나는 가죽 제품, 깔끔하게 관리되었지만 살짝 낡아 편한 옷가지들을 사랑한다. 지금의 플라스틱 콜라병보다 오래전 초록빛이 도는 콜라 유리병을 더 좋아한다. 이런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레트로, 빈티지 감성에 열광한다. 1년 전 쿠바 여행 붐이 일어나고, 빈티지 올드카와 건물들에 열광하는 이유는 멀지 않다고 생각한다. 바로 레트로 감성이 덕분이다. 쿠바는 정말 말 그대로 빈티지 천국이다. 걷다가 채이는 것들이 빈티지다. 생활 빈티지. 빈티 나는 것에 가까운 레트로 물건들이 많다. 그것이 바로 쿠바 여행의 진또배기.. 2020. 4. 28.
열여섯 번째 이야기, 더할 나위 없는 평화로운 플라야 델 히론 트리니다드에서 3박 4일을 지내고 플라야 델 히론으로 넘어갔다. 물론 그 비아술 버스를 타고 갔다. 이번에는 훨씬 짧은 거리라 더욱 마음 편하게 갔으나 캐리어를 옮겨주던 일꾼이 팁으로 1 쿡을 당당하게 요구해 당황한 것만 빼고는. 플라야 델 히론은 트리니다드보다 훠얼씬 더 작은 동네다. 도시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한 읍보다도 작다. '리'정도의 개념이 맞으려나? 플라야 델 히론은 'T'자형으로 생겼다. T자의 일자 아래에는 바다가 있고, 호텔이 있고, 버스 터미널이 있다. 위로 쭉 올라가면 양갈래 길이 나오고 그 양갈래 사이로 집들이 있다. 대다수 까사를 운영하는 듯하지만 난 에어비앤비로 미리 본 까사를 이용했다. 처음에는 멀리 있는 줄 알고 자전거 택시를 타고 갔다. 생각보다 저렴했다. 2 쿡인가 했을.. 2020. 4. 21.
열네 번째 이야기, 오들오들 떠는 비아술 버스 휴대폰을 잃어버린 쑤와 나는 애증의 아바나를 뒤로 하고 트리니다드로 떠났다. 쿠바에서 국내 도시 간 교통은 보통 비아술이라는 시외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산타 클라라처럼 양 극단에 위치한 거리는 종종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객도 있는 듯했지만 우리는 트리니다드까지만 갈 거니까 비아술을 이용했다. 쿠바에서 시외 고속버스 이용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티켓 예매도 가능했고, 터미널에서 시간 맞춰 버스를 출발하는 것 까지 동일하다. 나는 한국에서 미리 일정을 맞췄기 때문에 필요한 모든 버스 티켓을 미리 예매해서 프린트해뒀고 문제 없었다. 비아술 버스를 타자마자 당황한 것이 하나 있다. 안전벨트가 없다. 내가 상상하는 시외 고속버스라는 개념에 속하는 퀄리티였으나 안전벨트가 깔끔하게 잘려있었다... 2020. 4. 21.
열다섯 번째 이야기, 딱 좋은 트리니다드 트리니다드에서 3박 4일을 보냈다. 그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해보겠다. "딱 좋아!" 한 나라의 수도는 다들 비슷한 구석을 갖고 있다. 서울이나 도쿄나 런던이나 그리고 아바나나 비슷한 구석이 있다. 높은 인구 밀도, 도시화, 빈부 격차 그리고 이것들이 모여 빚어낸 치열한 도시 삶의 현장이 그러하다. 아바나에서 오랫동안 삐끼에 시달리고 물가 바가지에 씌의지 않기 위해 항상 경계하고, 큰 도시를 열심히 걸어 다니고 빈약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느라 진이 빠졌다. 트리니다드는 여행하기 딱 좋은 곳이다. 걸어다니기에 적당한 크기의 아름다운 마을에, 인근 액티비티 프로그램과 아름다운 해변까지 삼박자 모두 갖췄다. 게다가 호객 행위도 덜하다. 사람들도 조금 더 친절하다. 아바나 사람보다는 순박한 느낌이다. 나는 한국인 여.. 2020.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