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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31

서른네번째 이야기, 아바나 이발소에서 머리 깎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보통 3~4주에 한 번씩 머리를 깎는다. 짧은 머리를 선호하고 이발소에서 깎는 걸 좋아한다. 그냥 이발소가 아니라 요즘 흔히 말하는 바버샵이다. 유럽 교환학생 시절 처음 가본 뒤 거의 바버샵만 고수하는 중이다. 클래식하고 깔끔한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리고 또 시원하게 잘라주는 맛도 있어서 좋다. 3주만 지나도 짧고 깔끔했던 헤어스타일은 지저분해지기 시작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멕시코에서 1번, 쿠바에서 1번 머리를 깎았다. 참다못해 이발소를 갔는데 둘 다 썩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쑤에게 부탁해서 머리를 깎았는데 이건 영 아니다 싶었다. 멕시코 와하카의 숙소 옥상에 올라가 의자에 앉아 거울을 들고 있는다. 쑤가 챙겨 온 숯 치는 미용가위로 이리저리 잘라보지만 듬성듬성 일정하지 못한 .. 2020. 5. 15.
서른 세번째 이야기, 쿠바 채소는 유기농 못난이 농산물 투성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식료품과 농산물은 깔끔하게 포장되어 반짝 빛나는 것들이다. 투명하리만큼 하얗게 빛나는 형광등 아래 잘 정돈되어 오색을 자랑하는 채소들과 과일 그리고 흠잡을 곳 없는 매끈한 상품들이다. 우리는 채소나 과일을 집어 이리저리 살펴본다. 상한 곳은 없는지, 청결한지, 문제가 없을지 꼼꼼히 살펴보고 신중하게 고른다. 자본주의와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는 못난 채소와 과일은 선택받지 못한다. 그래서 B급 식료품을 모아 유통 판매하는 착한 기업도 생기고, 못난이 과일과 채소를 활용하여 요리를 제공하는 착한 레스토랑도 생긴다. 타칭 B급이라 칭해지는 조금 모난 식료품은 의식적으로 챙겨야 한다. 우리는 이 활동을 '착한'이라고 붙여주며 의식적으로 소비하고. 쿠바에서는 장을 볼 때는 사뭇 달랐다. 한 달.. 2020. 5. 15.
서른 두번째 이야기, 카페 초콜라떼와 프레사를 추천해준 노부부 살사 댄스 클래스에 참여하는 날이었다. 원데이 클래스였고 에어비앤비를 통해 찾은 수업이었다. 아바나에서 처음 가보는 지역에 위치했는데, 맵스미를 찾아보니 존 레넌 공원 근처에 있었다. 존 레넌이 아바나를 방문했을 때 이 공원에서 짧은 버스킹 콘서트를 열었다고 한다. 반전과 평화를 노래하고, 미국과의 관계 도모를 위한 활동이었고 이에 감동한 쿠바 정부는 이 공원을 존 레넌 공원으로 명명한다. 는 이야기 따위는 없다. 그냥 존 레넌 공원이고, 존 레넌 동상이 벤치에 앉아있다. 돈키호테 공원이나 다른 공원처럼 그냥 그 이름을 짓고 동상 하나 지으면 된다. 원데이 살사 클래스를 마치고, 근처의 유명한 공동묘지를 방문했다. 스페인으로부터 가톨릭 종교의 영향을 받았기에 우리나라의 유교 문화처럼 기본적으로 대다수 쿠.. 2020. 5. 13.
서른 한번째 이야기, 아바나 500주년 축제 2019년 4월은 아바나가 500년을 맞이하는 달이었다. 나는 아바나에서 마지막으로 머무는 주에 다행히 구경해볼 수 있었다. 4월 중순부터 조금씩 표지판이나 기념 예술품들이 생기더니, 4월 21일 일요일에 가장 크게 열렸다. 잔치는 올드 아바나와 베다도 지역 사이, 캐피톨 건물 뒤편에 위치한 큰 골목에서 열렸다. 올드 아바나로 가는 구아구아를 타면서 지나가니, 축제를 분주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식당들은 거리에 테이블과 의자를 준비하고 구이통을 세팅했다. 가설 무대도 생기고 있었고, 여러 길거리 음식 포차들도 영업 준비 중이었다. 나는 2019년이 아바나가 5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주요 이벤트가 4월에 열릴 줄은 몰랐다. 잔치라면 신이 나서 발을 동동 구르는 나는 꼭 쑤와 구경.. 2020.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