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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쿠바에는 두 세계가 있다

열다섯 번째 이야기, 딱 좋은 트리니다드

by cardo 2020. 4. 21.

트리니다드에서 3박 4일을 보냈다. 그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해보겠다.

 

"딱 좋아!"

 

한 나라의 수도는 다들 비슷한 구석을 갖고 있다. 서울이나 도쿄나 런던이나 그리고 아바나나 비슷한 구석이 있다. 높은 인구 밀도, 도시화, 빈부 격차 그리고 이것들이 모여 빚어낸 치열한 도시 삶의 현장이 그러하다. 아바나에서 오랫동안 삐끼에 시달리고 물가 바가지에 씌의지 않기 위해 항상 경계하고, 큰 도시를 열심히 걸어 다니고 빈약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느라 진이 빠졌다. 

 

트리니다드는 여행하기 딱 좋은 곳이다. 걸어다니기에 적당한 크기의 아름다운 마을에, 인근 액티비티 프로그램과 아름다운 해변까지 삼박자 모두 갖췄다. 게다가 호객 행위도 덜하다. 사람들도 조금 더 친절하다. 아바나 사람보다는 순박한 느낌이다. 

 

나는 한국인 여행객에게 유명한 차메로네 까사에서 지냈다. 차메로는 밝은 미소와 든든한 풍채를 가진 친구였다. 한글로 '차메로'라고 쓰인 스냅백을 항상 쓰고 있으며, 방문하는 모든 여행객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원한 아이스커피나 달달한 망고 주스를 대접하는 사람이다. 그의 특출 난 서비스 정신과 한국인 특유의 '정'까지도 건드는 센스로 편안히 게 숙박을 해결했다.

 

까사도 마음에 들고 음식도 마음에 드는데 트리니다드에서 할 것도 많았다. 동네 구경하다 발견한 '쿠바뚜르(Cubatur)'라는 국영 여행사에 들려 하이킹과 승마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예약했다. 

 

소련제 트럭을 타고 마을에서 인근 국립 공원으로 간다. 도중에 승마 체험하는 사람들은 내려 말을 타고 정해진 루트를 따라 올라간다. 말을 처음 타봤는데 동물과 교감하며 달리는 체험이 색달랐다. 40분가량이었지만 이미 내 말과 정이 잔뜩 들어서 열심히 쓰다듬어주었다. '바모스'를 외치고, '그리스아스'를 속삭이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하이킹의 목적지는 산 중턱에 위치한 폭포다. 폭포에서 다이빙을 즐기고 시원한 물놀이를 짧게 할 수 있다. 계곡물이 얼얼할 정도로 추워 금방 나왔다. 다시 내려가면 식사할 사람들은 정해진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 나는 트리니다드 시내로 돌아가 꼭 가볼 맛집을 봐 놓았기에 그곳에서 밥을 먹지 않았다.

 

하이킹과 승마 체험 모두 너무 만족스러웠다. 또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의향도 있다.

 

트리니다드는 멋진 해변도 갖고 있는 마을이다. 이제 슬슬 '딱 좋아!'보다는 '너무 좋아!'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유명한 해변으로는 '나뚜르 비치'와 '앙꽁 해변'이 있다. 나뚜르는 물이 맑고 고요한 데다 사람도 적어 스노클링을 즐기며 헤엄치고 놀기에 적합하다. 앙꽁 해변은 관광객이 조금 더 많다. 해변 물은 탁해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기에 스노클링을 즐기기에는 조금 아쉽다. 요트를 타고 산호초로 가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 프로그램도 있다. 나는 물놀이를 워낙 좋아하는 데다 산호초 체험은 처음이기에 도전해봤다. 바다 한 중간에 첨벙 다이빙해서 물속을 보니 순간 아득해졌다. 일시적으로 공포감에 휩싸였는데 광활한 바다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듯했다. 얼른 쑤를 찾아 같이 산호초를 구경하며 헤엄을 쳤다. 

 

앙꽁 비치에서는 석양 구경을 꼭 해야 한다. 방해물 없이 쭈욱 뻗은 바다 건너, 많지 않은 사람이 오밀조밀 모여있고, 건물도 많지 않다. 아름다운 카리브해의 해질녘을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시간이 흐를 수록 석양의 색은 짙어지고 모래가 붉어진다. 모래가 다 붉어지면, 파라솔도, 선베드도, 그리고 우리도 마저 붉어진다. 그때쯤 가만히 앉아 바다를 바라보면 태양이 빨간색 원으로 보인다. 쿠바에서, 트리니다드에서, 카리브 해를 건너고, 오존층을 뜷고, 대기권을 건너, 광활한 우주를 건너 볼 수 있다. 내 몸이 석양 빛에 푹 절어질 쯤 갑자기 뚝 멈춘다. 세상은 다시 파래지면서 어두워진다. 그때는 집에 갈 시간이다.

 

개인적으로 나뚜르 비치가 더 평화롭고 한적해서 좋았다. 물이 갓 나온 유리처럼 맑아 베일 것만 같았다. 자연을 그대로 투영하는 맑은 바다에서 헤엄을 치면 마치 물고기와 친구가 된 것 같다. 

 

남은 날들은 트리니다드 시내를 구경했다. 시내라고 해봤자 작은 마을의 시장과 광장이다. 개인적으로 작고 알찬 도시를 좋아하는데 트리니다드가 이런 도시였다. 오래되고 맛있는 카페에서 쿠바 음악을 들으며 럼주를 넣은 커피를 마셔보고, 저녁에는 음악의 집이란 야외무대가 설치된 클럽에 방문해 민속춤과 살사 댄스를 구경하며 맥주 한 잔을 즐겼다.

 

트리니다드는 여행하기 딱 좋은 도시고, 참 즐길거리, 볼거리, 먹을거리도 알찬 동네다. 이 글을 쓰는 지금에도 관타나메라 노래가 들리는 마을 전망대에서 보이는 트리니다드가 눈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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