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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9

여섯 번째 이야기, 내가 만난 쿠바인들 나는 쿠바에서 한 달간 지내며 쿠바 사람들 몇 명정도 알게 되었다. 친구나 여행 일행으로는 만나지 못했지만 까사 주인들과 현지 투어 가이드를 사귈 기회가 있었다. 쿠바에서 가장 처음 만난 쿠바인은 '르네'다. 르네는 내가 머문 아바나 숙소의 관리자이자 주인이고, 30대 남성이다. 공항 근처에서 가족들과 살고 있고, 작은 오토바이 수리 샵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대다수 쿠바인들은 정부에 고용되었거나 가내 수공업과 상업을 하거나 혹은 둘 다 한다. 따로 공항에 마중나와달라고 요청했었다. 아바나에서 처음 택시 잡기란 힘든 데다 바가지 씌기 딱 좋아서 현지인이 마중 나와 택시를 잡아주면 든든하다. 우리를 보자마자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영어는 잘못하지만 표정은 밝은 친구였다. 능숙하게 아우디 택시를 잡.. 2020. 4. 1.
다섯 번째 이야기, 쿠바에서 장보기는 복불복 아바나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바나에서 장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는 아바나의 둘째 날이었다. 목이 너무 말라 일요일 아침부터 생수를 사기 위해 길을 나섰다. 숙소 근처에 슈퍼마켓이 어디 있는지 몰라 한참을 헤맸다. 아바나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게 낯설었고, 아바나의 슈퍼는 큰 간판이나 '나 슈퍼마켓이오'하고 알리지 않기 때문에 찾기 어려웠다. 맵스미를 통해 찾아간 곳은 주유소 옆 꽤 크고 최신 느낌의 마트였다. 편의점에 가까웠는데 물건이 많아 보여 기대했다. 출입문에서 가드에게 가방을 보여주고, 맡기고,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갈 수 있다. 마치 클럽 같다. 아바나에서는 절도가 빈번한지 절대 가방을 지니고 마트에 출입할 수 없다. 절대로. 반드시 가방을 맡겨야 하는데 돈을 내야.. 2020. 3. 29.
네 번째 이야기, 엄청난 파리떼와 거대한 길거리 쓰레기통 쿠바에 와서 오랜만에 느낀 불편함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그중 가장 시각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파리와 쓰레기통이다.(가장 촉각적인 것은 푹 꺼진 침대였다) 식당에 들어가면 하나같이 파리가 날리고 또 날린다. 처음에는 경악했다. 식당에서 파리라니 위생이 더러운 것 아닌가 싶었지만 아무리 많이 먹어도 탈 난 적이 없었다. 점점 자연스럽게 파리와 위생관념을 떼어놓기 시작했고 어느새 파리 떼가 날려도 손으로 휘휘 쫓아내며 열심히 입에 넣기 바빴다. 그리고 두 번째 시각적 충격은 엄청난 크기의 쓰레기통이 길거리에 있던 모습이었다. 어느 정도로 크냐면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에 있는 일반쓰레기 모아두는 큰 통을 혹시 아는가? 그것만 한 쓰레기통이 길거리에 그냥 놓여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봉투로 꽁꽁 싸매서 버리는 .. 2020. 3. 26.
세 번째 이야기, 생각보다 깔끔한 멋쟁이 쿠바인들 쿠바에는 공산품이 부족하다. 공산품이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물품을 말하는 건데 현대 사회에서 필수품부터 사치품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상품이 공산품이다. 즉 쿠바에는 모든 종류의 물건들이 크고 작게 부족하다. 의류도 그중 하나다. 옷이 비싸고 귀하다고 한다. 그리고 비싸지 않더라도 품질이 조금 떨어지고 괜찮은 옷은 상당히 비싸다. 전 세계 어디든 볼 수 있는 자라(Zara), H&M은 없고 망고(Mango) 하나만 올드 아바나 센트럴에 있다. 예전의 자라였다고 하는데 외국인 관광객 전용이다. 우리나라 거리를 돌아다니면 옷가게를 꽁치 가시만큼 많다. 아무리 발라내도 계속 나오는 가시처럼 골목에 들어설 때마다 다른 옷가게가 하나씩은 보인다. 쿠바는 옷가게보다 관광 기념품 가게가 많이 보이고, 식료품점이 더.. 2020.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