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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12

스물 여섯번째 이야기, 나의 유일한 단골집 카페 뚜 띠엠포 아바나에서 거의 매일 아침 9시쯤 일어났다. 스프링이 낡아 푹 꺼진 매트리스에서 힘겹게 허리를 당겨 일어나면 어두운 실내가 날 반긴다. 햇빛이 잘 드지 않는 구조라 공기가 약간 눅눅하다. 창문을 살짝 열고 옷을 입는다. 대충 옷을 걸치고 모자를 쓴 뒤 쑤와 함께 나선다. 일주일에 두 세번은 꼭 카페 뚜 띠엠포에서 아침을 먹었다. 걸으면 3분도 안 걸린다. 카페 뚜 띠엠포는 숙소 옆 골목 사거리에 위치한 작은 카페다. 쪼리 슬리퍼를 신고 터벅터벅 걸으며 아바나의 아침을 맡는다. 고약하다. 길거리에는 채 치우지 못한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한가득하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풍경이 1주만 지나도 그러려니 싶다. 카페 뚜 띠엠포는 작은 카페다. 1층에 위치했는데, 주방은 2층에 있다. 작은 계단 사이로 음식을 내리락,.. 2020. 5. 7.
스물 세번째 이야기, 한국인 여행자에게 쿠바 랑고스타란? 쿠바 여행을 준비하면서 네이버 블로그와 티스토리 블로그 그리고 각종 쿠바 여행 책을 읽으며 정보를 취합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은 바로 '랑고스타'다. 랑고스타는 랍스터를 말하는 것인데 거의 대다수 한국인 여행객이 쿠바에서 꼭 랑고스타를 먹는다. 까사에서 혹은 랑고스타 가성비 맛집을 찾아서 헤매는 하이에나 떼들이랄까. 한 가족이 세계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쓰고 있는 어느 네이버 블로거는 하루에 두 끼, 세 끼를 랑고스타로 먹었다고 했다. 이때 아니면 언제 이 가격에 먹냐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쿠바 랑고스타의 가격은 까사에서 10 쿡, 식당에서는 12~15 쿡 정도다. 대충 만원 조금 넘는 가격인데, 한국의 랍스터 가격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거의 10분의 1에 가깝다. 지금 생각하니 몹시 차이가 많.. 2020. 4. 28.
열두 번째 이야기, 돈키호테의 나라 아바나에는 유명인들의 이름을 딴 공원들이 있다. 존 레넌 공원, 돈키호테 공원 등등 특히 문학과 예술 관련된 인물들이 많다. 존 레넌 공원과 돈키호테 공원 둘 다 방문해봤다. 존 레넌이 그곳에서 평화를 노래하고, 돈키호테가 쿠바 아바나의 독립 전쟁 영웅이라던가 그런 에피소드는 전혀 없다. 그냥 '이 공원은 돈키호테 공원입니다'하고 명명하고 그게 끝이다. 찾아보고, 현지인한테 물어봤는데 현지인은 어깨 으쓱할 뿐이고 정보는 전문성이 떨어졌다. 혹시 정확한 배경을 아시는 분은 알려주길 바란다. 찰리 채플린도 굉장히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건 어찌어찌 끼워 맞춘 배경 이야기를 들었다. 찰리 채플린이 모던 타임스라는 영화를 통해 산업화 사회와 노동자의 생활 등을 풍자했다. 사회주의 기본 이념인 '노동자'를 다룬 이.. 2020. 4. 16.
열한 번째 이야기, 내가 본 쿠바 일꾼들 내가 방문했을 때 쿠바 국립 미술관은 내부 보수 중이었다. 전시 관람은 가능하나 전시회 외부 어느 계단에서는 내부 보수가 한창이었다. 언제부터 시작했고, 언제까지 진행하는지는 가늠이 가지 않았다. 아마 미술관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보수하고 있지 않을까. 다른 층으로 내려가기 위해서 계단으로 가는 높은 비계 위에 매달려 천장 보수가 한창인 두 노동자를 보았다. 아니 그중 한 명을 보았다. 다른 한 명은 꾸벅꾸벅 세상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졸고 있었다. 연장도 들고 그냥 기대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전날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마작을 즐겼는지 아니면 술을 거하게 마셨는지 모르겠다만 높은 비계 위에서 졸고 있으니 보는 내가 가슴 졸였다. 다른 한 명, 일을 하고 있는 일꾼은 신경 쓰지 않았다. 졸고 있는지, .. 2020.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