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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쿠바에는 두 세계가 있다

스물 여섯번째 이야기, 나의 유일한 단골집 카페 뚜 띠엠포

by cardo 2020. 5. 7.

아바나에서 거의 매일 아침 9시쯤 일어났다. 스프링이 낡아 푹 꺼진 매트리스에서 힘겹게 허리를 당겨 일어나면 어두운 실내가 날 반긴다. 햇빛이 잘 드지 않는 구조라 공기가 약간 눅눅하다. 창문을 살짝 열고 옷을 입는다. 대충 옷을 걸치고 모자를 쓴 뒤 쑤와 함께 나선다. 

 

일주일에 두 세번은 꼭 카페 뚜 띠엠포에서 아침을 먹었다. 걸으면 3분도 안 걸린다. 카페 뚜 띠엠포는 숙소 옆 골목 사거리에 위치한 작은 카페다. 쪼리 슬리퍼를 신고 터벅터벅 걸으며 아바나의 아침을 맡는다. 고약하다. 길거리에는 채 치우지 못한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한가득하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풍경이 1주만 지나도 그러려니 싶다.

 

카페 뚜 띠엠포는 작은 카페다. 1층에 위치했는데, 주방은 2층에 있다. 작은 계단 사이로 음식을 내리락, 빈 접시와 컵을 오르락한다. 작고 불편한 스탠딩 의자가 작은 동그란 테이블을 사이로 둘러싸고 있다. 2인~3인의 5개 팀이 앉을 수 있는데 10명만 있어도 발 비빌 틈이 없다. 간혹 자리가 없어 기다린 적도 있다. 

 

조식 뷔페 메뉴는 쿠바 현지식과 적당한 현대식이 섞여있다. 따뜻한 우유, 커피, 그리고 시원한 과일 주스를 제공한다. 난 우유에 시리얼을 자주 타 먹었다. 시리얼은 그다지 맛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따뜻한 우유에 촉촉히 녹으면 먹을만했다. 과일도 다양하게 제공한다. 망고, 파인애플, 바나나 등 현지 형편에 맞는 대로 무한정 제공한다. 

 

기본 빵과 간단한 반찬거리도 제공한다. 오믈렛이나, 이름 모를 죽이나, 시럽과 꿀 그리고 그낭 설탕 맛이 나는 잼도 제공한다. 동그랗게 생긴 튀김 볼이 있는데 쑤가 좋아했다. 그걸 으깨서 빵 사이에 야채와 끼워먹었다.

 

나는 커피를 줄이고 있었다. 가끔 잠 못 이뤄 읽어낸 책들이 많을수록 다음날 몸이 무거웠다. 커피를 마시지 않은 날에는 쉽게 잠들었고 신체 컨디션을 관리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작은 그릇에 씨리얼을 한가득 받아 따뜻한 우유를 부었다. 과일 주스 한 컵 받아 마신 뒤 야채와 빵들을 받았다. 많이 걷고 움직이는 여행자에게 빵은 유익하다. 탄수화물은 사막의 물과 같다. 움직일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핑계로 두둑이 먹었다. 빵돌이에게 빵은 항상 귀하다.

 

기본 빵은 꿀에 발라 먹고, 가끔 나오는 파운드케이크는 우유와 먹었다. 씨리얼을 따뜻한 우유에 충분히 불려둔 뒤 그걸 죽처럼 먹었다. 난 탕수육도 부먹이다. 눅눅한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한다. 시리얼을 비운 그릇에 파운드케이크를 넣은 뒤 우유에 또다시 붓는다. 그 뒤 숟가락으로 으깨서 퍼먹는다. 다이제를 부수어 우유에 타 먹은 사람이 있다면 공감할 맛이다. 

 

탄수화물과 빵을 실컷 먹었다면 마지막 입가심은 과일이다. 운 좋으면 과일 칵테일이 기다리고 있다. 과일 칵테일 혹은 각종 열대과일들을 먹는다. 이쯤되면 배가 터질 것 같다.

 

카페 뚜 티엠포에서의 푸짐한 한 끼는 그날 하루 돌아다닐 힘을 충분히 주었다. 물론 먹는 내내 옆 사람을 칠까봐 조심해야 하고, 엄청난 파리떼를 손으로 쫓으며 먹어야 한다. 가게 입구 앞 사거리 한 구석에는 거대한 쓰레기통이 서 있다. 이것도 배고픔 앞에서는 무색하다. 탄수화물과 쓰레기통을 겨루자면 탄수화물이다. 빵 먹느라 쓰레기통은 보이지도 않는다. 카페 뚜 띠엠포의 두둑한 아침 한 끼는 돈이 아쉬운 여행자 커플에게 참 고마운 기회였다. 여기엔 여행 허세도, 낭만도 없다. 탄수화물과 과일 그리고 카페인이 있을 뿐이다. 

 

참 오후에는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파는 카페테리아다. 여기 바띠도 스무디가 끝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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