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35 열한 번째 이야기, 내가 본 쿠바 일꾼들 내가 방문했을 때 쿠바 국립 미술관은 내부 보수 중이었다. 전시 관람은 가능하나 전시회 외부 어느 계단에서는 내부 보수가 한창이었다. 언제부터 시작했고, 언제까지 진행하는지는 가늠이 가지 않았다. 아마 미술관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보수하고 있지 않을까. 다른 층으로 내려가기 위해서 계단으로 가는 높은 비계 위에 매달려 천장 보수가 한창인 두 노동자를 보았다. 아니 그중 한 명을 보았다. 다른 한 명은 꾸벅꾸벅 세상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졸고 있었다. 연장도 들고 그냥 기대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전날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마작을 즐겼는지 아니면 술을 거하게 마셨는지 모르겠다만 높은 비계 위에서 졸고 있으니 보는 내가 가슴 졸였다. 다른 한 명, 일을 하고 있는 일꾼은 신경 쓰지 않았다. 졸고 있는지, .. 2020. 4. 13. 열 번째 이야기, 손 꼭 잡고 어두운 트리니다드 밤길 걷기 쿠바 여행을 한 달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저녁을 먹고 쑤와 어두운 트리니다드 길거리를 걸으며 5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던 추억이다. 한국인 여행객에게 유난히 유명한 트리니다드의 차메로네차메로네 까사에는 머물렀던 지난 여행객들의 방명록이 있다. 거기에는 직접 수기로 적은 여러 정보들이 있다. 차메로네에서 가까운 곳에 1 모네다(거의 50원) 짜리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이스크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내가 떼를 써 같이 갔다. 나왔는데 웬걸 해가 저물자마자 마을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것이다. 거리에 가로등이 부족하고, 간판 같은 것도 찾아볼 수 없으니 주택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조명만이 길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면서 계속해서 걸어 내려갔고, 불 다 꺼진 .. 2020. 4. 10. 아홉 번째 이야기, 사회주의 국가에서 프로 스포츠 경기를 본다는 것 NBA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프로 농구 경기를 즐겨 보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즐겨했고 고등학생 때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빠져 있었다. 아스날 팬인데 당시 베르감프 선수의 귀신같은 트래핑을 잊지 못한다. 어쨌거나 키는 크면서 농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뭐랄까 손으로 하는 구기 종목은 끌리지 않았다. 컨트롤하기 힘든 발로 하는 공놀이가 더 스릴 있다고 생각했다. 2년 전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꾸준히 레슨을 받고 있다. 멕시코 쿠바 여행에 혹시 몰라 테니스 코트를 빌린다면 꼭 한 게임 쳐보리라 테니스 라켓도 챙겨갈 정도의 열정을 지녔다. 요즘은 주로 테니스 경기 하이라이트를 주로 챙겨 본다. 그런데 미국 프로 농구리그 NBA에 잠깐 빠져 살던 시절이 있었는데 쿠바.. 2020. 4. 10. 열여덟 번째 이야기, 역시 집밥이 최고 다른 나라를 여행하거나 체류해봐도 역시 '집밥이 최고'라는 점은 변치 않는다. 나에게 한국에서 가장 맛집은 우리 엄마가 차려준 한상이고, 이탈리아 최고 음식은 친구네 집에서 잠깐 머물 때 먹은 라자냐다. 집 뒤뜰에서 키우는 토마토를 따와 그대로 소스로 만든 라자냐였는데 진또배기였다. 멕시코 시티에서 쑤의 친구네 집에서 친구 어머니가 해준 멕시코 가정식 저녁은 멕시코에서 먹은 음식 중 최고였다. 엄지 척! 쿠바에서도 이 진리가 통할 지 몰랐다. 워낙 음식이 맛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쿠바 음식이 맛없다고 한 사람들은 손들고 벌 서 있자. 정말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도 많았고, 편차가 커서 그렇지 충분히 괜찮은 식당들도 많았다. 쿠바 여행 문화 특유의 형태가 있는데 바로 '까사'다... 2020. 4. 6. 이전 1 ···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