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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비문학

책 리뷰: 슈독, 나이키 설립자 필 나이트의 자서전

by cardo 2020. 4. 13.

나는 내가 태어난 흔적을 세상에 남기고 싶었다.
승리하고 싶었다.
아니, 남에게 지는 것이 싫었다. 

 

 

킵초게, 마라톤 '2시간 장벽' 최초로 돌파

엘리우드 킵초게가 1시간 59분대 마라톤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2시간 장벽'을 무너뜨렸다.

www.bbc.com

 

2019년 10월 세계 랭킹 1위, 마라톤계의 메시 '엘리우드 킵초게'선수가 2시간 장벽을 최초로 돌파했다. 지금까지 마라톤 기록상 2시간의 기록이 깨진 적이 없었다. 그 2시간 장벽을 최초로 깬 사람이 바로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이며, 그와 함께 한 브랜드는 역시 '나이키'다. 나이키의 마라톤화를 신고 이 기록을 깨고, 전 세계 언론과 사람들에게 또 한 번 나이키를 각인시켰다.

 

나이키는 매력적인 브랜드다. 오래되었으면서도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고, 스포츠인들에게는 대체재가 없는 훌륭한 경험을 선사한다. 소재 개발과 제품 혁신을 멈추지 않는다. 최근 마라토너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나이키 운동화를 신는다고 한다. 2시간 장벽을 깬 마라톤화 그리고 전 세계적인 선수들이 입고 신는 브랜드는 바로 나이키다.

스포츠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의 삶을 산 것처럼, 다른 사람의 승리 혹은 패배에 함께한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이번에는 위대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를 설립한 필 나이트의 자서전 '슈독'을 읽었다. 지난 일요일에 오후 3시부터 잠 10시까지 빨래 돌리고, 저녁 먹은 시간을 제외하면 꼬박 5시간 정도를 쓰며 한 번에 독파했다.

 

나는 나매인이다. 운동복이 필요하거나, 새 신발을 찾을 때 반드시 나이키부터 찾아본다. 전 세계 스니커즈 마니아, 그리고 슈독에게 필수 브랜드는 나이키다. 아디다스나 푸마, 리복이 없는 사람은 있어도 나이키 신발이 없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나 선진국의 어린이나, 80년대 한국이나, 2020년대 한국이나 여전히 최고의 신발이자 선망의 대상은 나이키다.

나이키는 신발 이상의 것이었다. 이제 나만 나이키를 만드는 게 아니었다. 나이키도 나를 만들고 있었다.

이 나이키의 창업자와 지금의 나이키가 있기까지의 스토리가 궁금했다. '슈독'을 읽었다.

 

창업자 필 나이트는 오리건대학교를 졸업하고,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의 MBA를 수료했다. 겉으로 봤을 때 어느 모난 구석 없는 미국 중산층의 똑똑하고 성실한 친구이다.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친 것은 스포츠와 스포츠를 통한 '승리'의 경험이었다. 필 나이트는 좋은 육상 선수였지만 위대한 선수는 아니었고 전문 선수로서 커리어는 일찍 끝낸다.

 

하지만 그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스포츠를 체험하고, 즐기며 그럴 때는 훌륭한 운동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목한다. 미국의 유명한 육상 코치인 빌 바우어만 코치와 함께 블루 리본 스포츠사를 설립한다.

 

블루리본 스포츠 사는 필 나이트가 전 세계 여행을 하고 난 뒤 창업하는데, 당시 일본의 운동화 브랜드 '오니츠카'를 수입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나이키의 시초가 오니츠카 미국 총판이었다니!

 

당시 튼튼하고 디테일도 좋았던 오니츠카는 금방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블루리본은 성장 가도를 달린다. 하지만 무일푼이었던 필 나이트는 항상 현금에 쪼들린다. 지금과 전혀 상황이 달랐던 당시 미국은 벤처 캐피털이란 개념도 없었고, 은행은 성장의 중요성보다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중요하게 여겼다. 항상 필 나이트는 은행 앞에서 애걸복걸하고, 쫓기듯 살았다. 필 나이트는 끝까지 살아남고, 성장했다. 자기 자본과 현금보다 성장을 중요시했다. 사업을 스포츠처럼 생각했다. 무엇보다 앞으로 치고 나가 끝까지 달리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성장 아니면 죽음'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 후 블루리본은 커지고, 오니츠카와 대립하게 된다. 오니츠카는 미국의 다른 판매사들도 검토하고 서서히 사이가 나빠지면서 필 나이트는 자립을 결정한다. 오니츠카 운동화를 수입하고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국 시장에 맞춘 운동화를 역제안하거나 빌 바우어만 코치와 함께 끊임없이 새로운, 더 나은 운동화를 고민하던 그였다.

 

우연히 나이키라는 이름과 나이키 스우시 로고를 개발하고, 와플형 고무 밑창의 기술성을 인정받아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성장한다. 

 

나이키처럼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은 없었다. 고객들은 우리의 노력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자체에 가치를 부여했다. 모든 혁신은 진취적인 사고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실패하더라도 고객들의 사랑은 변치 않았다.

 

여기까지 나이키 초기 설립 및 성장 배경을 거칠게 요약한 내용이다. 그 안에는 수많은 갈등과 위험, 장애물들이 있고 이야기가 있었다. 생각보다 매우 방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술술 넘기면서 가볍게 읽었고,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나 긴박한 상황 혹은 필 나이트의 철학이 돋보이는 부분에서는 집중을 하였다.

 

내가 기대했던 내용보다는 초기 설립 배경뿐이라 아주 조금 아쉬웠다. 91년에 태어난 나에게는 에어 조던의 시작, 타이거 우즈, 존 메켄로, 페더러 등 유명 스포츠 스타와의 협업이 어떤 이야기를 통해 이루어졌는지, 어떻게 스포츠 스타와 그리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지금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로 거듭나기까지 어떤 캠페인을 열었고, 어떻게 엄청난 확장과 성장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사실 80년대 이후 본격적인 나이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하지만 '슈독'은 80년도 이전, 블루리본 스포츠사와 초기 나이키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도 지금의 나이키가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신발 밖에 모르고 어디 하나씩 부족했던 사회 부적응자들의 표본이던 직원들. 그리고 신발과 스포츠 용품의 개발과 혁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기업 가치관, 오리건 사람들이라는 자신들의 뿌리 깊은 신념들이 지금의 나이키를 만든 토대였다.

 

요즘 브랜딩이란 말을 많이 한다. 우리나라 '배달의 민족', 미국의 '에어비앤비' 등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자신만의 유니크한 브랜드를 갖춰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하려고 한다. 스타트업에 근무하다 보니 이 브랜딩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자라고 생각한다. 창업자와 경영진이 사내 문화를 만들고 이 사내 문화가 겉으로 드러나면서 브랜드를 만든다. 예쁘고 독특한 디자인, 일관성 있는 고객 경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확실히 그들은 내가 만든 기업 문화를 좋아했다. 나는 그들을 전적으로 믿고 어깨너머로 감시하지 않았다.

 

필 나이트가 나이키다. 나이키가 필 나이트였다. 무엇보다 운동화를 사랑하는 남자. 달리기를 즐기고, 스포츠와 승리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나이키가 승리를 외치고,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성장을 꿈꾸는 브랜드라는 점은 창업자가 이미 그런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브랜드뿐 아니라 문화를 창조하려고 한다. 우리는 복종, 진부함, 단조로움을 거부한다. 우리는 제품뿐 아니라 아이디어, 즉 정신을 팔려고 한다.

세상의 이목을 받고 싶어하는 유명 창업가가 아닌 조용하고 내향적이었던 사람인 필 나이트. 그의 창업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슈독을 읽고 나면 왜 전 세계 사람들이 유독 나이키라는 브랜드에 열광하는지 그리고 슈독이 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나이키라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처음이 얼마나 처절하고 서러웠는지 알 수 있다. 이를 보고 창업자들은 조금은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필 나이트가 만들고 세상 사람들에게 선보인 것은 단순한 운동화가 아니였다. 정신이었다. 필 나이트의 '스포츠에 대한 사랑', '승리에 대한 열망', '더 나을 수 있다는 믿음', '모든 스포츠인들은 더 우수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철학', 그리고 '끊임없는 성장에 대한 갈망'이다. 우리는 이것들에 미친다. 

 

 

세상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자. 멈추지 않고 계속 가자. 그곳에 도달할 때까지는 멈추는 것을 생각하지도 말자. 그리고 그곳이 어디인지에 관해서도 깊이 생각하지 말자.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멈추지 말자.

밑줄 친 구절

나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생각보다 짧고, 한정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 시간을 목표를 가지고 창의적으로 써야 한다. 무엇보다 남들과는 다르게 써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 모두는 정글의 교수가 되어야 한다.
젊은 이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은 보람찬 일이다. 나는 그들에게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앞으로 40년 동안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 누구하고 함께 쓰고 싶은지 깊은 고민을 해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 20대 중반의 젊은이들에게는 직업에 안주하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 천직을 찾으라. 그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더라도, 계속 찾도록 노력하라. 천직을 찾으면 힘든 일도 참을 수 있고, 낙심하더라도 금방 떨쳐버릴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성공에 이르면 지금까지 느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열심히 노력할 수록,당신의 도는 더욱 좋아진다. 

 

슈독
국내도서
저자 : 필 나이트(Phil Knight) / 안세민역
출판 : 사회평론(Bricks) 201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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