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과 카리브해를 지나 쿠바 아바나까지 왔는데, 파브리카 데 아르떼 쿠바노를 안 가보고 돌아가려고 하셨습니까? 이럴 수가... 파리 가서 에펠탑 안 가고, 런던 가서 테이트 모던 안 가는 소리를 하시다니 섭섭합니다. 에펠탑까지는 아니더라도 테이트 모던과 비견할만한데 개인적으로 파브리카 데 아르떼 쿠바노가 압승입니다. 이런 문화 예술 복합공간은 전 세계에서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리해 본 당신이 반드시 파브리카 데 아르떼 쿠바노에 가야 할 이유 4가지입니다.
1. 재활용 인테리어
아바나에 있으면 다양한 재활용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원재료가 부족하고 수입이 제한되는 국가이다 보니 예술가나 생산자가 다룰 수 있는 재료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전이나 캔 뚜껑, 빈 깡통, 나무 등을 활용한 예술품이 굉장히 많습니다.
파브리카 데 아르떼 쿠바노는 건물 자체가 폐공장이었습니다. 버려진 공장을 예술로 승화했습니다. 건축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쿠바가 한정된 재료를 어떻게 다루고, 기존의 구성과 인테리어를 어떻게 재생하여 다시 숨을 불어넣었는지 구경해보면 재밌을 겁니다.
굉장히 넓은 공간을 전시회와 공연 무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현대 작품 기반으로 관객의 체험을 극대화하고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습니다. 까와 쑤는 건축과 예술에 관심이 많아서 정말 신나게 놀았습니다.
쑤는 찰리 채플린을 좋아하는데, 어두운 밤하늘 아래 건너편 흰 컨테이너 벽에다 스크린으로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상영하고 있어 테라스에 앉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꽤 로맨틱하죠?
2. 풍부한 예술 작품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정말 다양한 현대 미술과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엄중한 분위기에 고압적인 전시회가 아닌 관객과 작품이 동등한 전시회였습니다. 편하게 작품을 둘러보고 사진 찍고 참여도 할 수 있습니다. 난해한 작품보다는 익살 맞고 재치가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전시관도 꽤 여러 군데로 나뉘어 있고 쉴 수 있는 벤치나 중간중간 다른 공간도 있어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3. 연극 및 무대 공연
매주 다양한 공연과 무대가 열립니다. 파브리카 문화센터에 방문하기 전에 공연 일정을 확인하고 날짜를 정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왕이면 내가 좋아할 프로그램들이 다양한 날에 가면 좋으니까요. 저희는 텔마리(Telmarry)라는 여성 힙합 래퍼의 무대가 있는 날에 갔습니다.
프로그램 예정은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저녁에는 위 왼쪽 사진에 볼 수 있듯 영상으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여주다가, 초콜라떼라는 별명을 가진 쿠바 출신의 복서를 다룬 1인 연극을 보여줬답니다.
다른 무대에서는 아무것도 없이 음악이 틀어져 있고 뒤편에는 바가 있어 알코올 음료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밤에 프로그램 시간이 되니 처음에는 텔마리라는 래퍼와 인터뷰를 진행하더군요. 스페인어는 모르기 때문에 가만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쿠바판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토크쇼가 끝나자 텔마리의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습니다. 매력적이고 유니크했습니다. 이 가수는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다는 감명을 받았습니다.
한참 공연을 구경하니 서 있기 힘들고 졸리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나갔더니 뜨악! 이걸 놓칠 뻔했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독특한 랩핑과 카리브해의 흥쾌함이 느껴지는 멜로디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습니다. 스페인어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함께 발 구르며 춤추고 손뼉 치며 즐기기에 충분했습니다.
4. 클럽
전시 공간 한중간에서 디제잉을 하고 신나게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물론 공기는 후덥지근하고, 사람도 많고 덥고 답답했습니다만 전 날개 다쳤던 새가 회복 후 날아다니듯 신나게 놀았습니다. 바로 옆에 작품들이 걸려있는데 그 사이 춤을 추고 클러빙을 즐기니 세상 힙스터 된 느낌이더군요. 쿠바에 이런 곳이 있다니... 까는 유럽, 미국, 한국 클럽들을 섭렵했는데 이게 진짜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 어디서 예술 작품들 옆에서 디제이의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출 수 있겠어요?
총평
아바나에서 무료한 밤을 보내며 '뭐하지?'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습니까? 살사 바나 올드 아바나의 펍 같은 곳을 가보고 싶은데, 아바나 밤문화를 즐기고 싶은데 위험하지는 않을지 혹은 바가지 씌일지 혹은 재미가 없을지 고민이라면 반드시 파브리카 예술 센터에 가보세요. 정말 재밌는 밤을 보낼 수 있습니다. 아바나 여행자여, 반드시 파브리카로 가세요!
가는 법
저희는 구아구아를 이용해서 저렴하게 다녀왔습니다. 호텔 베다도 인근에서 버스 P5를 타고 갔습니다. 돌아올 때도 55번인가 버스를 탔어요. 물론 버스도 오래 기다리고 오래 걸립니다만 이미 현지에 적응을 많이 한 시점이라 그냥 저렇게 다녔어요.
시간이 아까운 여행자라면 혹은 길을 헤매거나 걷기 싫은 사람이라면 택시를 추천드려요. 까사나 숙소에서 3~4명 모아서 함께 택시 타세요. 흥정은 필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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