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리니다드6

열네 번째 이야기, 오들오들 떠는 비아술 버스 휴대폰을 잃어버린 쑤와 나는 애증의 아바나를 뒤로 하고 트리니다드로 떠났다. 쿠바에서 국내 도시 간 교통은 보통 비아술이라는 시외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산타 클라라처럼 양 극단에 위치한 거리는 종종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객도 있는 듯했지만 우리는 트리니다드까지만 갈 거니까 비아술을 이용했다. 쿠바에서 시외 고속버스 이용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티켓 예매도 가능했고, 터미널에서 시간 맞춰 버스를 출발하는 것 까지 동일하다. 나는 한국에서 미리 일정을 맞췄기 때문에 필요한 모든 버스 티켓을 미리 예매해서 프린트해뒀고 문제 없었다. 비아술 버스를 타자마자 당황한 것이 하나 있다. 안전벨트가 없다. 내가 상상하는 시외 고속버스라는 개념에 속하는 퀄리티였으나 안전벨트가 깔끔하게 잘려있었다... 2020. 4. 21.
열다섯 번째 이야기, 딱 좋은 트리니다드 트리니다드에서 3박 4일을 보냈다. 그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해보겠다. "딱 좋아!" 한 나라의 수도는 다들 비슷한 구석을 갖고 있다. 서울이나 도쿄나 런던이나 그리고 아바나나 비슷한 구석이 있다. 높은 인구 밀도, 도시화, 빈부 격차 그리고 이것들이 모여 빚어낸 치열한 도시 삶의 현장이 그러하다. 아바나에서 오랫동안 삐끼에 시달리고 물가 바가지에 씌의지 않기 위해 항상 경계하고, 큰 도시를 열심히 걸어 다니고 빈약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느라 진이 빠졌다. 트리니다드는 여행하기 딱 좋은 곳이다. 걸어다니기에 적당한 크기의 아름다운 마을에, 인근 액티비티 프로그램과 아름다운 해변까지 삼박자 모두 갖췄다. 게다가 호객 행위도 덜하다. 사람들도 조금 더 친절하다. 아바나 사람보다는 순박한 느낌이다. 나는 한국인 여.. 2020. 4. 21.
열 번째 이야기, 손 꼭 잡고 어두운 트리니다드 밤길 걷기 쿠바 여행을 한 달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저녁을 먹고 쑤와 어두운 트리니다드 길거리를 걸으며 5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던 추억이다. 한국인 여행객에게 유난히 유명한 트리니다드의 차메로네차메로네 까사에는 머물렀던 지난 여행객들의 방명록이 있다. 거기에는 직접 수기로 적은 여러 정보들이 있다. 차메로네에서 가까운 곳에 1 모네다(거의 50원) 짜리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이스크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내가 떼를 써 같이 갔다. 나왔는데 웬걸 해가 저물자마자 마을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것이다. 거리에 가로등이 부족하고, 간판 같은 것도 찾아볼 수 없으니 주택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조명만이 길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면서 계속해서 걸어 내려갔고, 불 다 꺼진 .. 2020. 4. 10.
열여덟 번째 이야기, 역시 집밥이 최고 다른 나라를 여행하거나 체류해봐도 역시 '집밥이 최고'라는 점은 변치 않는다. 나에게 한국에서 가장 맛집은 우리 엄마가 차려준 한상이고, 이탈리아 최고 음식은 친구네 집에서 잠깐 머물 때 먹은 라자냐다. 집 뒤뜰에서 키우는 토마토를 따와 그대로 소스로 만든 라자냐였는데 진또배기였다. 멕시코 시티에서 쑤의 친구네 집에서 친구 어머니가 해준 멕시코 가정식 저녁은 멕시코에서 먹은 음식 중 최고였다. 엄지 척! 쿠바에서도 이 진리가 통할 지 몰랐다. 워낙 음식이 맛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쿠바 음식이 맛없다고 한 사람들은 손들고 벌 서 있자. 정말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도 많았고, 편차가 커서 그렇지 충분히 괜찮은 식당들도 많았다. 쿠바 여행 문화 특유의 형태가 있는데 바로 '까사'다... 2020.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