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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문학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읽고 나서 (책 리뷰)

by cardo 2020. 3. 22.

일본 소설에 대해서는 슬슬 알아가고 있지만 역시 요즘 열명이면 여덟은 무라카미 하루키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를 통해 입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 유명한 소설 몇 편과 다수의 에세이집을 읽어 스타일을 알고 있지만 아직 그 유명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읽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읽을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고 싶다. 일본어 문장 특유의 리듬과 문체가 있겠지만 그걸 한국어로 번역하는 스타일에도 뭔가 있다. 점잖은 듯 하지만 산뜻하게 읽히며,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식 표현을 그대로 넣는 경우가 그렇다. 순 우리 문장이 아니라 약간 거북하면서도 싫지만은 않다. 일본어 문화권에 많은 영향을 받은 터라 어쩔 수 없나 보다.

 

인간실격 서평을 쓰려다 일본 소설 입문에 대해 주저리 떠들어버렸다. 다자이 오사무는 우연히 알았다. 정말 우연히다. 유명 소설가를 알게 된 계기가 그렇듯 항상 내 시야 구석에서 흘깃 스치던 '인간실격'이었고, 이번에 한 번 마음을 먹고 구입해서 읽었다.

 

짧게 한마디로 말하자면, 알베르 카뮈 '이방인'에 이은 두 번째 충격을 받았다. 사실 두 소설은 아주 약간 비슷한 구석이 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며, 좀 아는 사람들에게는 무식하다고 지적받겠지만)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인간다움의 한 구석이 빠진, 나사 풀린 인간 유형이 주인공인 점이 그렇다.

 

'인간실격'은 한 사내의 전기를 다룬다. 언뜻 그럴싸한 가상의 인물을 잘 그려낸 듯 느껴지지만 나는 도대체 어떤 소설가이길래 이런 작품을 썼나 알아보니 자전적인 모습을 많이 투영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자이 오사무는 2번의 자살 시도와 좌익 활동,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예민하고 감수성 깊은 그리고 어두운 사내다.

 

그렇기에 더더욱 나'요조'라는 인물을 세밀하게 그려낼 수 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인간을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태어난 인간. 이런 생지옥과 군상, 서로 얽히고 설히며 상처 주고 진상 부리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억지로 어울리고자 갖춘 것은 '익살'이다. 어색해지기 전에 얼른 웃겨버리거나 웃어버린다. 바보 같은 실없음으로 세상의 의심을 피한다.

 

꽤 잘생긴 외모에 실없지만 어떤 면에서는 비밀스러운 그에게 많은 여자들이 꼬이고, 그는 뚜렷한 계획을 실천하며 사는 진취적인 인간과 거리가 멀었기에 흘러가는 대로 흥청망청 지낸다. 그런 그에게 가장 천적은 아버지라는 존재다. 자신과 전혀 다른 유형의 남자. 너무나 다르기에 이해할 수 없고 두렵기만 한 아버지는 그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 읽어보니 왜 전후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각광받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전쟁 후 참담한 사회, 윗 세대들에 대한 원망과 한심 그리고 무기력함. 나는 저 인간들과 달라. 국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과 조직에 대한 헌신을 가치관으로 삼던 인간들과 달리 나는 나 개인으로 그냥 살아지는 거고 세상은 허무할 뿐이다. 너넨 몰라. 하는 심리에 이 소설에 깊은 공감과 감동을 느꼈을 것 같다.

 

소설가 김영하의 산문집 시리즈를 읽다 보면 세상의 스토리(영화, 소설, 연극 등)를 아버지-아들 관계로 엮어 해석하는 내용이 나온다. 남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세상 인간관계는 거칠게 분류해 아버지와 아들, 남자와 여자, 형과 동생 3가지로 나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전혀 다른 인간인 아버지와 아들 간 갈등과 몰이해, 서로 다른 이성이지만 끌리는 남자와 여자, 잘난 형 혹은 동생으로 인한 질투심과 열등감, 가족 내에서 소외당하는 혹은 가족을 이끄는 내용들.

 

인간 실격은 크게 아버지와 아들 관계를 다루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실제 다자이 오사무도 고리대금업으로 재산을 모은 신흥 졸부 집안 출신이라는 점을 스스로 부끄럽게 여겼다고 한다. 자신과 전혀 다르게 그러한 부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억척스럽게 가족을 이끄는 아버지와 11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아버지와 전혀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지닌 다자이 오사무. 이 관계 속에서 자전적인 요소를 가득 담은 '인간실격'이라는 명작이 탄생했지 않았을까?

 

밑줄 친 구절

가족이 삼시 세끼 시간을 정해 놓고 어두컴컴한 방에 모여서 밥상을 순서대로 늘어놓고, 먹고 싶지 않아도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밥알을 씹는 것은 집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영혼들에게 기도하는 의식인 것은 아닐까.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아름답게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안이함과 어리석음.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무서워하면 할수록 남들은 나를 좋아해 주고, 남들이 나를 좋아해 주면 좋아해 줄수록 나는 두려워지고 모두한테서 멀어져야만 하는, 이 불행한 제 기벽을 시게코한테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노릇이었습니다.
아아,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죽으면 울면서 조사 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
세상이란 개인과 개인 간의 투쟁이고, 일시적인 투쟁이며 그때만 이기면 된다.
요시코가 더럽혀졌다는 사실보다도 요시코의 신뢰가 더럽혀졌다는 사실이 그 뒤에도 오래오래, 저한테는 살아갈 수 없을 만큼 큰 고뇌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요시코는 요조가 믿는 무결의 순수한 존재. 인간을 믿지 않던 자신과 반대의 여성이, 신체가 더럽혀졌다는 사실이 아닌 그녀가 가진 인간에 대한 신뢰가 더럽혀졌다는 사실에 큰 고뇌를 얻는다. 따라서] 그 왜소한 상인과 요시코 사이에 조금이라도 사랑 비슷한 감정이 있었다면 저도 오히려 구원받을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만.
제 불행은 거절할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무저항은 죄입니까?
 

인간 실격

인간의 나약함을 탁월하게 묘사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새롭게 읽는다. 순수하고 여린 심성의 젊은이가 인간 사회의 위선과 잔혹성을 견디지 못하고 파멸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어느 세계에도 속하지 못한 채 인간 실격자로 전락한 주인공의 내면을 치밀한 심리묘사로 기록하였다. 다자이 작품 속의 타락과 자기파괴적 언행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공황상태에 빠진 일본 젊은이들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다자이 작품은 기성세대의 가치관 및 윤리관, 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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