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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문학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를 읽고 나서 (책 리뷰)

by cardo 2020. 3. 22.

프랑스 남부의 어느 도시에 전염병 페스트가 돌고, 폐쇄된다. 페스트가 잠식한 도시와 그 속에 생활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카뮈는 인간을 투쟁의 동물, 인생을 투쟁의 역사로 본다. 거칠게 말하자면 그렇다. "나는 반항한다. 고로 우리가 존재한다.(Je me revolte, danc nous sommes)"라는 유명한 말을 한 바 있다. 왜 내가 반항하고 우리가 존재하는 걸까. 반항하는 개인 하나하나가 있기에 우리가 성립될 수 있지 않을까.

 

페스트에서는 여러 주인공들이 나오는데 각자의 투쟁을 한다. 묵묵히 혈청 치료제를 개발하는 사람, 늘어나는 환자와 격리된 가족의 슬픔을 눈 앞에서 보지만 버텨내는 사람, 가족과 헤어지는 사람, 폐쇄된 도시에 고립되어 두고 온 약혼자를 그리워하는 사람, 아픔의 종류는 다르지만 크기는 비교할 수 없다.

 

카뮈는 페스트가 잠식한 도시를 우리네 인생과 세계를 비유하여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각자의 투쟁과 그 반항이 있기에 우리 인간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거부하고, 싸우고, 굴복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기본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내가 카뮈고, 내가 페스트가 잠식한 도시를 이야기하고 싶다면 어땠을까. 카뮈와는 전혀 다른 페스트를 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감히 저항을 논할 용기와 신념이 없다. 하지만 굴복은 없다. 아마 더 현실적으로 처절하게, 괴롭게, 그리고 누군가는 포기하고 좌절하지만 누군가는 꿋꿋이 그려나가는 더욱 드라마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아직은 내가 카뮈보다 인생을 더 순진하게 바라보는 걸까. 아직은 내가 투쟁과 굴복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선택하지 못한 건 아닐까.

 

밑줄 친 구절

어떤 도시 하나를 아는 데 손쉬운 방법이란 사람들이 그곳에서 어떻게 일하고 사랑하며 어떻게 죽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사랑이란 조금이라도 미래를 요구하는 법이다. 그러나 당시 우리에게는 순간들 말고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여러 달동안 감옥에 갇힌 채 유배생활을 보내면서도 그 깊이를 알 길이 없는 인내심을 발휘하며 기다림 속에서 견뎌왔던 고통 이건만, 이렇게 희망이 느닷없이 나타나자 두려움과 절망에도 끄떡없던 것들이 그만 무너져버렸다.
희망을 비상용으로 간직해두려 했고, 권리를 실제로 갖기 전까지 꺼내 쓰지 않으려 버텼다. 따라서 모두가 기쁨에 환호하는 가운데 빈 사이 고통과 환희의 중간 지점에서 이렇듯 막연한 기다림, 이렇듯 말없이 지새우는 밤이란 그들에게 더욱더 잔인한 것 같았다.
저는 죽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싸울 겁니다. 하지만 지는 싸움이라면 멋지게 마무리 짓고 싶습니다.
나는 반항한다. 고로 우리가 존재한다.

 

 

페스트

극한의 절망 속에서도 억누를 수 없는 희망의 의지!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 '페스트'라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의연히 운명과 대결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20세기 문학이 남긴 기념비적인 고전으로 꼽힌다. 무서운 전염병이 휩쓴 폐쇄된 도시에서 재앙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모습이 묘사된다. 인물들은 재앙에 대처하는 서로 다른 태도를 드러내 보인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 절망과 맞서는 것은 결국 행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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