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여행을 준비하면서 네이버 블로그와 티스토리 블로그 그리고 각종 쿠바 여행 책을 읽으며 정보를 취합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은 바로 '랑고스타'다. 랑고스타는 랍스터를 말하는 것인데 거의 대다수 한국인 여행객이 쿠바에서 꼭 랑고스타를 먹는다. 까사에서 혹은 랑고스타 가성비 맛집을 찾아서 헤매는 하이에나 떼들이랄까.
한 가족이 세계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쓰고 있는 어느 네이버 블로거는 하루에 두 끼, 세 끼를 랑고스타로 먹었다고 했다. 이때 아니면 언제 이 가격에 먹냐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쿠바 랑고스타의 가격은 까사에서 10 쿡, 식당에서는 12~15 쿡 정도다. 대충 만원 조금 넘는 가격인데, 한국의 랍스터 가격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거의 10분의 1에 가깝다. 지금 생각하니 몹시 차이가 많이 난다. 일 년 전에 더 많이 먹어둘 걸 그랬다.
어쨌든 대다수 네이버 블로거와 선배 쿠바 여행가들이 남긴 정보에는 다양한 랑고스타 맛집이 적혀있는데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은 갈리 카페와 트리니다드의 차메로네 까사 저녁식사 정도였다.
아바나에서 갈리 카페는 찾지 못하고 없어진 줄만 알아 가지 못했다. 트리니다드에서는 차메로네 랑고스타를 먹었다. 사실 랍스터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푸짐하고 근사한 쿠바식 저녁 만찬을 집에서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다. 단 10 쿡에!
멕시코 여행과 쿠바 여행의 분명한 차이점 중 하나는 바로 한국인 여행객의 숫자다. 멕시코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한국인 여행객이 쿠바에서는 많이 보였다.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한국인들이 쿠바를 여행했다.
그들도 네이버 블로그에서 보고 가성비 랑고스타, '이때 아니면 언제 이 가격의 랑고스타'를 먹는 듯했다. 유럽이나 일본을 여행하면 특히 한국인이 많은 맛집과 플레이스가 있다. 네이버 블로그나 유명 카페 혹은 커뮤니티에 알려진 곳이다. 오히려 현지인보다 훨씬 많은 숫자를 자랑해 줄을 기다리고 있으면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유명 맛집에서 티본스테이크를 먹는데 우리말이 들리거나 근처에 한국인 여행자가 많으면 괜히 민망스러우면서도 여긴 다 오는구나 싶기도 하다. 쿠바에서 이런 경험을 할 줄 몰랐는데 아주 가끔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부분은 매번 실망을 한다는 점이다. 기대가 커서 그런가. 유명 블로거나 커뮤니티에서 잘 알려진 곳을 가면 너무 짜거나, 생각보다 맛있지 않거나 하는 경험을 한다.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과 21세기라지만 그 속에 사는 한국인들은 거기서 거기인가 보다. 한국에서도 명동의 어느 식당만 특정 국가 출신의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로 붐비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외국인도 거기서 거기인가 보다.
나에게 쿠바 랑고스타는 그냥 그랬다. 네이버 블로거에서 본 식당은 너무 짰고, 차메로네는 무난했다. 10 쿡이라는 놀라운 가격은 확실히 큰 장점이지만 그렇다고 쿠바에서 반드시 꼭 먹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들게 만드는 맛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혹시나 물어본다면 "먹어보고 싶으면 먹어봐야지. 엄청 저렴한 건 사실이야."정도로 대답할 수 있겠다. 랍스터를 좋아하는 친구라면 추천할만하지만, "쿠바에 가면 랑고스타 1마리는 먹어봐야지"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어느 모임이든 쿠바에 가면 꼭 랑고스타를 먹어야지! 하면서 자신의 여행담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피렌체에 가면 티본스테이크를 먹어줘야지!"
"오사카에 가면 꼭 그 집은 가봐야 해!"
"뉴욕 맨해튼에 갔는데 베이글을 안 먹어봤다고? 저런... 베이글은 뉴욕인데 말이지."
"파리에 가면 오랑주리 미술관은 꼭 가야지."
이렇게 말하는 인간을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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