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를 여행하거나 체류해봐도 역시 '집밥이 최고'라는 점은 변치 않는다. 나에게 한국에서 가장 맛집은 우리 엄마가 차려준 한상이고, 이탈리아 최고 음식은 친구네 집에서 잠깐 머물 때 먹은 라자냐다. 집 뒤뜰에서 키우는 토마토를 따와 그대로 소스로 만든 라자냐였는데 진또배기였다. 멕시코 시티에서 쑤의 친구네 집에서 친구 어머니가 해준 멕시코 가정식 저녁은 멕시코에서 먹은 음식 중 최고였다. 엄지 척!
쿠바에서도 이 진리가 통할 지 몰랐다. 워낙 음식이 맛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쿠바 음식이 맛없다고 한 사람들은 손들고 벌 서 있자. 정말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도 많았고, 편차가 커서 그렇지 충분히 괜찮은 식당들도 많았다.
쿠바 여행 문화 특유의 형태가 있는데 바로 '까사'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민박과 다를 바 없다. 쿠바 정부가 주요 산업으로 관광을 선택하면서 쿠바 현지인들에게 까사 운영을 장려했다. 민박을 국가에서 관리하는 셈이다. 까사마다 다르지만 아침과 저녁을 제공해주는데 이게 꽤 큰 세일즈 포인트가 된다.
사실 쿠바 까사의 시설은 깔끔함과 관리의 차이지 질적으로 크게 차이가 심하지 않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그러면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 서비스다.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 바로 음식이다. 까사는 대개 아침과 저녁을 제공한다. 모두 돈을 줘야 하는 경우도 있고, 아침은 무료, 저녁은 돈을 내는 경우, 운이 좋다면 두 끼니 모두 무료로 제공해주는 곳이 있다. 저녁을 공짜로 제공해주는 까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
아쉽게도 아바나에서 내가 지낸 까사는 독립된 아파트 원룸을 전부 빌리는 형태라 따로 식사는 제공하지 않았다. (크게 아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트리니다드와 플라야 델 히론에서는 까사에 머물렀기 때문에 밥을 먹어볼 수 있었는데 역시 집밥이 최고라고 생각이 들 정도의 우수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우선 맛이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다. 당신이 생각하는 맛집! 그런 포스를 가진 까사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대신 우리 집밥을 생각해보자. 한국 어느 맛집과 비교했을 때 맛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직접 재료를 공수하여 주방에서 요리하고, 다양하고 풍미 깊은 소스나 조미료는 쓰지 않지만 심심한 대로 간은 맞고, 건강한 그 맛이다.
차메로네 까사의 랑고스타는 조금은 퍽퍽하고, 아쉬울 수 있지만 정갈했다. 돼지고기 요리도 괜찮았고 큼직하게 썬 토마토와 푸짐한 채소들도 보기에 좋았고 맛도 좋았다. 가정집 특유의 화기애애함이 내 긴장과 경계를 풀어주었다. 음식이 술술 들어가는 게 역시 가정식이라는 생각을 했다. 플라야 델 히론의 까사에서 먹은 저녁은 더 맛있었다. 랑고스타는 촉촉했고 감자와 다른 요리들도 간이 딱 맞고 식감도 훌륭했다.
맛집을 찾아가면 먼저 약간의 경계심이 동반된다. 여기가 정말 맛있을까? 위생은 괜찮을까? 직원의 매너와 서비스는 어떨까? 등등 돈을 지불하고 먹으러 가는 식당은 딱 '음식'을 섭취하기 위한 공간이다. 그러니 이리저리 따질 것도 많다.
비록 쿠바의 까사들은 인당 10쿡(미화 10달러)을 내고 먹는 가정식 만찬이지만 그 경계의 중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정집과 전문 음식점 사이. 적당히 긴장 풀린 채 쿠바 가정식을 편안하게 입에 넣고 씹고 삼킬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가정식은 진리다. 각 나라, 각 도시의 최고의 맛집은 각 가정이지 않을까. 이 글을 쓰는 지금 우리 엄마의 집밥과 이탈리아의 가정식 라자냐 그리고 쿠바 까사의 랑고스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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