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극한으로 몰고 갔을까.
극해를 다 읽은 밤 난 몸서리치며 인간을 혐오했다. 인간이란 동물이 무서웠고, 극한에 몰린 그들의 처절한 생활기가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현실적이라, 극해 속 포경선에 갖힌 인간들의 군상이 치가 떨리도록 느껴졌다.
소설가 임성순의 '극해'는 일제강점기 시대 포경선이었던 배가 일제 해군으로 차출되어 일본인 상급선원들과 조선인, 대만인, 필리핀인 하급선원들이 항해하는 이야기다. 말이 좋아 항해이지 태평양이라는 연옥을 떠도는 고문과 마찬가지다. 그들은 인간이기를 버린 것인지, 원래 인간이란 이런 것인지 궁금하게 할 정도다.
오랜만에 날 극도로 몰아세우는 한국소설을 만났다. 강력추천한다.
밑줄 친 구절
왜 고통받는 사람들이 오히려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것일까? 고통받는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보며 생각한다. 겨우, 그걸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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