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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문학

책 리뷰: '일인칭 단수' 오랜만에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집

by cardo 2020. 12. 23.

오랜만에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집 '일인칭 단수'를 읽었다. 솔직해지자면 난 단 한 번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중편 소설인 노르웨이 숲,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애프터 다크 등은 읽었으나 '1Q84, 기사단장 죽이기'등은 읽지 않았다. 진정한 하루키스트는 아니나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

 

(에세이를 제일 좋아하고, 그다음 단편소설, 중편 소설, 장편소설 순서다. 어떤 의미로 하루키의 팬이라고 말하기 조금 그렇다)

 

읽은 소감을 바로 말하자면 이번 '일인칭 단수'는 개인적으로 별로였다. 예전 '여자없는 남자들'은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 '일인칭 단수'는 뭐랄까... 말년의 하루키가 하루키한 하루키의 소설이랄까? 자기 복제의 느낌이 매우 강했다. 지금까지 읽으며 계속 반복되는 패턴의 클리셰가 또 반복되는 그런 느낌.

 

슬로우보트도 재밌고, 빵가게 습격도 재밌고, 잠도 재밌고, 도쿄 기담집도 재밌었는데!! 이제 그만 읽으라는 건가... 하루키 한계 체감의 법칙에 걸린 걸까.

 

또또또 고등학교 시절의 인상 깊었던 예쁜 그 여자아이는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해하고, 소식이 없어지고, 자살하기도 하고, '이제 그만...'이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여자 없는 남자들에서 나온 '드라이브 마이 카', '기노'는 참 인상 깊었고 꽤 묵직하게 다가왔는데 지금 이 소감을 쓰는 와중에 일인칭 단수는 뭐랄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결론은 일인칭 단수는 하루키가 또 하루키한 하루키의 단편 소설이며, 만약 하루키 고유의 소재와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배신당하지 않고 뻔하게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다만 이제 슬슬 하루키가 물리는데라고 생각하면 억지로 또 피는 줄담배의 마지막 한 개비 같다. 이제 니코틴 때문에 머리도 띵하고, 입에서 냄새도 심하고, 목도 연기로 인해 따갑고 막히고 괴로운데 또 한 개비 더 피우라는 것처럼.

 

일인칭 단수
국내도서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홍은주역
출판 : 문학동네 20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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