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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문학

책 리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by cardo 2020. 4. 10.

알랭 드 보통의 처녀작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를 두 번 읽고 책 리뷰를 작성한다. 처음 읽었을 때는 별생각 없었으나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이 작가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깊은 사고력에 감탄치 않을 수가 없었다. 알랭 드 보통은 소설적, 낭만적인 사랑 관계를 그린 것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분석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유머감각은 고차원적이며 (심지어 첫 번째 읽었을 때는 아무 재미가 없었으니) 사랑 관계의 변화에 대한 비유는 적절하면서도 날카로웠다. 2년 전 이 책을 접할 때와 지금 필자의 사고력에 있어서 차이가 있었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알랭 드 보통은 처음 사랑의 시작과 끝에서 적절한 비유를 그치지 않는다. 사랑에 빠졌을 때 상대방에 대한 절대적 신뢰, 우상화를 그렸으며 파멸에 이르렀을 때의 묘사는 황홀할 정도로 감탄을 이끌어낸다.

 

일방적 사랑, 깊은 사랑의 관계에 전체주의 국가와의 비교, 상대방에 대한 집착과 나의 기대에 맞춰야 한다는 그 생각은 일치했다. 비밀경찰은 상대방에 대한 의심과 철저한 감시에 비유되었고 내 사랑의 이상에 대한 실현과 전체주의적 사고, 즉 한 정부가 이상적인 사회를 이끌기 위한 절대적 권력과 일치됨을 느꼈다.

 

또한 자아에 대한 아메바와의 비유에서도 감탄을 이끌어냈다.

자아는 아메바에 비유할 수 있다. 아메바의 외벽은 탄력이 있어서 환경에 적응한다. 그렇다고 아메바에게 크기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자기규정적인 형태가 없을 뿐이다. 부조리한 사람은 나에게서 나의 부조리한 측면을 끌어낼 것이다. 그러나 진지한 사람은 나의 진지한 특면을 끌어낼 것이다. 누가 나를 수줍어한다고 생각하면, 나는 아마 결국 수줍어하게 될 것이다. 누가 나를 재미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계속 농담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해당 발췌에서의 문장에서 볼 수 있듯이 아메바에서 자아에 대한 비유를 이끌어내 기 위한 통찰력에 감탄을 안 할 수가 없다. 사람 관계에 있어 항상 다른 나를 마주할 수 있다. 부끄러워하는 상대방은 나도 부끄러운 사람으로 만들고 안하무인 한 사람에 있어서는 본인도 안하무인 하게 대할 수 있다. 상대방은 나를 그 모습이 되도록 이끌게 된다.

 

읽는 내내 알랭 드 보통의 통찰력에 감명받았다.

 

또한 필자의 연애관계에 연관이 있다. 읽는 당시 시련을 겪었고 그렇기에 더욱 와 닿은 표현이 있었다,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싫어한다. 이것은 나는 이런 식으로 너를 사랑하는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싫다는 근본적인 주장과 통한다.

이 표현이 왜 그렇게 와 닿았을까.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위한 위험을 겪게 하는 상대방에 대한 원망. 이것을 이리 잘 표현했다.

 

필자는 알랭 드 보통의 작품 중 '공항에서 일주일을'을 가장 먼저 접했다. 그 당시에도 놀랬던 것은 공항에서 단순히 일주일을 머물면서 공항 시스템과 사회, 그 구성원들을 이리도 잘 풀어나갈 수 있을까 란 생각을 했다.

 

이러한 알랭 드 보통의 깊은 통찰력은 유럽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유명한 에세이 작가이자 소설가로 만든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평범한 일상에서의 철학적 사고가 필요한가? 그렇다면 알랭 드 보통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자신이 몰랐던 관계의 의미와 비유를 느껴보기 바란다. 알랭 드 보통은 독자로 하여금 왜 독서가 필요한가를 깨우치는 작가 중 하나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국내도서
저자 :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 정영목역
출판 : 도서출판청미래 2007.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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