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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문학

책 리뷰: 2020 제 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by cardo 2020. 4. 6.

예전 어느 모임에서 한 분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작품을 소개하고, 작가의 말을 낭독해준 적이 있었다. 한국 문학 특히 한국 현대(동시대) 문학에 무지했던 나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라는 참신함과 새로움에 흥미가 생겼다. 2017년도부터 구매해서 읽었으니 벌써 4권째다. 매년 출간되면 꼬박 구매하고 있다. 다른 한국 소설을 잘 읽지도 않으면서 '이것만은!' 하는 의무감과 책임감에 구매하고 있다.

 

단지 의무감으로 읽는 것이 아니다. 확신한다. 참 재미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들은 아니지만 꼭 읽고 싶고, 읽고 나면 '이거 재밌네?'하는 마음과 씩 미소를 짓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아직 덜 영글었고, 그렇기에 싱싱하며 아직 살아있는 산지 직송의 그것이다.

 

지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임현 소설가라는 놀라움과 박상영 신인 소설가의 잠재력을 발견했다면 이번 작품집에서는 정말 서늘하고 묵직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실험적이고 놀랍도록 날 불편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다.

 

나에게 소설 읽기란 유희에 가깝다. 현실에 가깝게 쓰고, 문제의식을 다룬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읽는 것을 즐기나 이야기 자체 그 타입을 좋아하지 않는달까. 특히 지금 이 시대의 문제와 생활을 적나라하게 다룬 이야기를 읽으면 거북하다. 불편하고 무겁다. 어느새 유희가 아니라 숙고가 된다.

 

이번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꽤 무겁고 진지하고 재밌고 날카롭다. 강화길의 '음복'은 우리나라 가족 구성에서 여자들의 스릴러, 남자들은 죽어도 모르지만 여자들은 아는 그 무엇을 이야기하고, 김봉곤의 '그런 생활'은 게이 주인공의 보통날들을 다룬다.

 

또 하나 재밌는 점은 김초엽의 '인지 공간'이라는 SF소설이다. SF소설이라면 마이클 창을 통해 입문했는데 한국에 이런 SF 소설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순수하게 기뻤다. 재밌게 잘 읽었다. 잘 쓰인 SF소설은 마치 촘촘하게 짜인 매우 치밀한 가상의 세계를 만드는 것과 같기에 SF 작가는 어쩌면 창조주의 경지에 도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상상만으로 그려낼 수 있는 세상을 이야기하기에 그만큼 어렵고 고독하고 힘든 집필 작업일 것만 같다.(잘 모른다)

 

역시 올해도 여성 소설가와 성소수자 소설가의 약진이 돋보였다. 젊은작가상이 지금까지 우리나라 문학에서 주류로 다루지 않은 이야기들에 대해 조명하고 널리 알리는 창구가 되는 것 같다. 계속해서 새로운 소설가들을 발굴해주고 내가 모르던 이야기들을 알려주면 좋겠다. 내년에도 구매할 것이다.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국내도서
저자 : 강화길,최은영,김봉곤,이현석,김초엽
출판 : 문학동네 20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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