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거미원숭이는 귀여운 표지를 가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단편소설집이다. '밤의 거미원숭이'신비로우면서 상상이 가지 않는다. 거미원숭이는 도대체 무엇인가. 양머리 사나이도 그렇고 참...
이 소설집은 언제 읽으면 좋냐면, 밤에 잠에 들기 전 침대에 누워 슬쩍 펴서 읽었다 눈이 무거워지면 덮기 좋고, 일요일 낮 맥주 한잔 홀짝이며 의자에 기대 다리를 꼬고 앉아 읽기 좋다. 그러다 가끔 카톡도 하고, 폰도 만지고 컴퓨터도 해도 좋다. 아니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읽기에 좋다.
'밤의 거미원숭이'에 담긴 초단편소설들은 일본 신문이나 잡지 광고지에 들어가던 광고라고 한다. 광고가 이야기라니. 그것도 그냥 단편소설. 전혀 몰랐다. 3번을 다시 읽어도 무슨 제품을 광고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갤럭시 폰을 광고하는 단편소설이면 최소한 은하계를 배경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하루키의 초단편소설들은 전혀 그런 점을 느끼지 못했다.
광고 제품들은 J. 프레스의 양복과 파카 만년필이라고 한다. 둘 다 젊은 신사가 연상되는 제품들이다. 양복과 만년필을 위한 광고 이야기였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광고를 위해 이야기를 써달라고 요청한 클라이언트도 신기하고, 그런 클라이언트를 위해 별 상관없는 자기 이야기를 멋대로 재밌게 써 준 하루키도 참신하다.
광고지를 위한 분량에 쓴 이야기라 그런지 굉장히 짧다. 적은 집중력으로 매력적인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이야기 거의 전부가 5장을 잘 넘지 않는다. 짧게 읽기 좋은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쓸모없다. 시작부터 호른 연주자 이야기인데 뭐 별 내용 없다. 왜 하필 호른 연주자가 되었을까? 주절주절.
그렇지만 난 이 쓸모없는 이야기들이 나는 좋다. 하루키의 문장은 눈에 힘주지 않아도 쉽게 들어오고, 그가 전하는 이야기는 푹 빠져들기 충분하다. 이런 무용한 것들을 모아서 예쁘게 깎아놓은 책을 나는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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