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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문학

책 리뷰: 미셸 우엘벡의 장편소설 '복종' 소설

by cardo 2020. 3. 27.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판데믹 수준으로 퍼져 전 세계가 공포에 질려 있다. 매년 전 세계를 공포에 휩싸이게 하는데 그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올해는 코로나, 작년은 미중 무역 전쟁, 그 전에는...

 

제주도 예맨 난민 논쟁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인도적인 이유로 제주도 예멘 난민 유입을 허용하는 쪽과 이슬람의 테러, 성 평등 문제, 범죄율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쪽이 팽팽했다. 저마다 이유가 있고 저마다 생각이 있다. 

 

2년 전 나도 여자친구와 함께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난 난민을 받아들이는데 찬성을 하는 쪽이었다. 이슬람 난민들은 전 세계에서 보면 약자다. 무슬림 남성과 여성을 기준으로 보면 무슬림 남성이 강자인 것은 맞고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고향을 떠나는 실향민이다. 실향민을 일부 받아들여 그들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는 것이 올바르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이는 전적으로 건장한 우리나라 남성의 시각이었다. 무슬림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무감각한. 여자친구는 무슬림에 대한 위험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일부 사실이다. 유럽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일반 무슬림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지만 유럽의 대다수 테러범은 무슬림이다. 그리고 많은 성범죄와 경범죄를 일으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여성으로 비교적 약자인 시선에서는 염려가 되는 사실이다. 여자친구는 무조건 반대는 아니나 걱정이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미셸 우엘벡은 이런 문제를 다루는 소설을 썼다. 주인공은 유럽 백인 남성이다. 젊은 나이에 파리 소르본 대학의 정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학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탄탄대로를 걷고 있으며 여학생들과 데이트와 로맨스를 즐긴다. 재미가 없는 인물임은 틀림없지만(상당히 따문하다) 프랑스의 기득권층이라는 점은 사실에 가깝다.

 

프랑스 대선은 다가오고 정치판이 몹시 묘하다. 재밌는 부분은 굉장히 현실적으로 납득이 가는 전개라는 점이다. 유럽의 대국이자 주요 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 무슬림 대통령 당선이란 전혀 현실감 없다고 생각 들지만 소설에서는 꽤나 그럴싸하게 다룬다. 

 

무슬림 인구는 갈수록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기존 유럽인 가정에 비해 출산을 많이 하고 난민과 이민으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그들은 투표권을 가지고, 그들의 투표권은 갈수록 강력해진다.

 

소설 속 무슬림 정당의 후보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적당히 중도적이고, 대단히 논리적이다. 겸손하면서도 지적이고 무슬림이 가진 논쟁적 이슈를 부드럽게 풀어나간다. 그리고 꽤 매력적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민주주의의 단점을. 꽤 매력적인 후보가 깔끔한 언사와 매너를 갖고 있다면 현혹된다는 사실을 캐나다 트뤼도 총리같은 무슬림 정당 후보랄까. 이미 상당한 지지를 잃은 진보당은 힘을 잃고, 보수당은 무슬림 정당과 대립하나 덜 매력적이다. 그리고 진보당이 무슬림 정당과 힘을 합친다. 보수당은 싫고, 무슬림 정당 후보는 적당한 협의점을 제시하니까.

 

티비 토론에서도, 대외 이미지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다. 그리고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

 

중동 국가의 파리에 대한 낭만과 그 중심인 소르본 대학에 대한 환상은 상상 이상이다. 곧 문을 닫고 새로 여는데 파리 소르본 무슬림 대학이다. 주인공은 교수직에서 해고되고 꽤 높은 연금을 받는데... 과연 그는 잃은 기득권을 되찾을 수 있을까

 

미셸 우엘벡의 복종은 무슬림이 주류가 되는 사회라는 흥미로운 가정을 다루는 것치고는 좀 지루하다. 내용 전개나 주인공 설명이나 일상은 따분하다. 주인공 프랑수아는 적당히 혼자 지내는 소르본대 교수. 그의 삶은 학문보다는 섹스에 관심이 더 많다. 기득권을 이용해 여학생과 짧은 연애를 즐긴다. 책임을 지고 싶지 않고 적당히 질릴 때쯤 떠난다. 그는 그 이상의 흥미도 없다. 하지만 어째 재밌는 캐릭터는 아니다. 아무래도 유럽인 교수는 지루한 듯하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무슬림 정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서사와 바뀐 프랑스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읽으면서 계속해서 빠져들고 소설의 논리에 납득을 해버렸다. '와 진짜 이러다가 무슬림 대통령 나올 수도 있겠구나. 그러면 이렇게 변하겠구나'

 

곧 미래가 될 수 있는 소설. 무슬림 사회가 주류가 된 유럽의 첫 모습이 궁금하다면 미셸 우엘벡의 상상도 한번 알아볼만하다. 

 

복종
국내도서
저자 : 미셸 우엘벡(Michel Houellebecq) / 장소미역
출판 : 문학동네 201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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