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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문학

오르한 파묵의 하얀 성을 읽고서

by cardo 2020. 3. 24.

오르한 파묵의 하얀 성은 신비롭다. 하얀 성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서사가 꽤 독특하고 신비로운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읽고서 한참 생각하고 정리했다.

 

하얀 성이 신비로운 이야기인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생각해보았다.

 

첫 번째, 인물들에 대한 외양새 묘사가 없다.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인물들이 머릿속에서 활동하다 보니 내 상상의 폭이 커지고 그만큼 신비성이 깃들었다.

 

두 번째, 대화가 없다. 소설 스타일이겠는데, 대화가 단 하나도 없다. 그가 어쩌저찌하다고 말했다.라고만 표현한다. 직접적으로 주고받는 패스가 없으니 어떤 형태로 감정과 사건이 형성되는지 일방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마지막으로 1인칭 시점으로 ‘나’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이 속내를 알기 어렵다. 오르한 파묵이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과 연관된 시점일 것이다. 대화도 없어 어떻게 말하는지도 모르는 데다 겉모습 묘사도 없으니 신비롭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놀라운 점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다. 하얀 도화지에 수채 물감을 떨어뜨리면 천천히 종이에 흡수되면서 넓게 퍼지고 색이 나타난다. 하얀 성을 읽으면 점점 오르한 파묵이 준비한 도화지에 흡수되는 기분이다. 나도 모르게 거부할 수 없는 흡력에 천천히 빨려 들어간다. 이야기 속으로.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훗날 온전히 받아들일 만큼 좋아해야 한다.
마을 사람들은 결국 내가 자신들과 닮고 마을에 평안이 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즐거워하며 나를 찾아왔다.

관련 생각 정리

 

서양인, 이탈리아인 노예 ‘나’

  • 새로운 지식에 대한 호기심
  • 과학적, 논리적
  • 앞선 지식

터키인 학자 ‘호자’

  • 자신의 기존 지식에 대한 의심
  • 터키인과 국가에 대한 고민
  • 서양에 대한 열등감

왜 하얀 성일까? 도화지, 색채가 없다. 하얀색은 무슨 색과 만나든 변한다. 다른 색도 흰색과 만나면 변한다. 영향을 주고받는 셈. 반대의 색은 검은색이다. 검은색은 흰색을 제외한 다른 색을 만나도 변하지 않는다. 모든 색을 흡수한다. 모든 색을 섞으면 검은색이 된다.

 

하얀 성
국내도서
저자 : 오르한 파묵(Orhan Pamuk) / 이난아역
출판 : 민음사 201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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