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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17

열한 번째 이야기, 내가 본 쿠바 일꾼들 내가 방문했을 때 쿠바 국립 미술관은 내부 보수 중이었다. 전시 관람은 가능하나 전시회 외부 어느 계단에서는 내부 보수가 한창이었다. 언제부터 시작했고, 언제까지 진행하는지는 가늠이 가지 않았다. 아마 미술관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보수하고 있지 않을까. 다른 층으로 내려가기 위해서 계단으로 가는 높은 비계 위에 매달려 천장 보수가 한창인 두 노동자를 보았다. 아니 그중 한 명을 보았다. 다른 한 명은 꾸벅꾸벅 세상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졸고 있었다. 연장도 들고 그냥 기대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전날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마작을 즐겼는지 아니면 술을 거하게 마셨는지 모르겠다만 높은 비계 위에서 졸고 있으니 보는 내가 가슴 졸였다. 다른 한 명, 일을 하고 있는 일꾼은 신경 쓰지 않았다. 졸고 있는지, .. 2020. 4. 13.
열 번째 이야기, 손 꼭 잡고 어두운 트리니다드 밤길 걷기 쿠바 여행을 한 달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저녁을 먹고 쑤와 어두운 트리니다드 길거리를 걸으며 5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던 추억이다. 한국인 여행객에게 유난히 유명한 트리니다드의 차메로네차메로네 까사에는 머물렀던 지난 여행객들의 방명록이 있다. 거기에는 직접 수기로 적은 여러 정보들이 있다. 차메로네에서 가까운 곳에 1 모네다(거의 50원) 짜리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이스크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내가 떼를 써 같이 갔다. 나왔는데 웬걸 해가 저물자마자 마을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것이다. 거리에 가로등이 부족하고, 간판 같은 것도 찾아볼 수 없으니 주택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조명만이 길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면서 계속해서 걸어 내려갔고, 불 다 꺼진 .. 2020. 4. 10.
열여덟 번째 이야기, 역시 집밥이 최고 다른 나라를 여행하거나 체류해봐도 역시 '집밥이 최고'라는 점은 변치 않는다. 나에게 한국에서 가장 맛집은 우리 엄마가 차려준 한상이고, 이탈리아 최고 음식은 친구네 집에서 잠깐 머물 때 먹은 라자냐다. 집 뒤뜰에서 키우는 토마토를 따와 그대로 소스로 만든 라자냐였는데 진또배기였다. 멕시코 시티에서 쑤의 친구네 집에서 친구 어머니가 해준 멕시코 가정식 저녁은 멕시코에서 먹은 음식 중 최고였다. 엄지 척! 쿠바에서도 이 진리가 통할 지 몰랐다. 워낙 음식이 맛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쿠바 음식이 맛없다고 한 사람들은 손들고 벌 서 있자. 정말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도 많았고, 편차가 커서 그렇지 충분히 괜찮은 식당들도 많았다. 쿠바 여행 문화 특유의 형태가 있는데 바로 '까사'다... 2020. 4. 6.
여덟 번째 이야기, 한 달간 지냈던 아바나 아파트를 소개합니다 내 기준으로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부동산 계약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집을 알아보고 부동산 계약을 직접 해봐야 세상살이 녹록지 않고, 부모님 집을 떠나 혼자 살면서 내 집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다. 반지하에 살아보고, 고시원에 살아본 사람은 격하게 공감할 것이다. 원룸 자취방에서 지낸다고 한들 부모님 집보다 좋기는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집의 구조와 용도 그리고 설계에서 오는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흔한 자취방은 말그대로 1인이 생활 필수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4인 이상의 가족을 고려한 아파트나 주택과는 다르다. 자취방은 그래서 간혹 혼자 지내는 주거인을 우울하게 만들기도, 외로움에 사무치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아바나 아파트 .. 2020.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