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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17

스물 여섯번째 이야기, 나의 유일한 단골집 카페 뚜 띠엠포 아바나에서 거의 매일 아침 9시쯤 일어났다. 스프링이 낡아 푹 꺼진 매트리스에서 힘겹게 허리를 당겨 일어나면 어두운 실내가 날 반긴다. 햇빛이 잘 드지 않는 구조라 공기가 약간 눅눅하다. 창문을 살짝 열고 옷을 입는다. 대충 옷을 걸치고 모자를 쓴 뒤 쑤와 함께 나선다. 일주일에 두 세번은 꼭 카페 뚜 띠엠포에서 아침을 먹었다. 걸으면 3분도 안 걸린다. 카페 뚜 띠엠포는 숙소 옆 골목 사거리에 위치한 작은 카페다. 쪼리 슬리퍼를 신고 터벅터벅 걸으며 아바나의 아침을 맡는다. 고약하다. 길거리에는 채 치우지 못한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한가득하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풍경이 1주만 지나도 그러려니 싶다. 카페 뚜 띠엠포는 작은 카페다. 1층에 위치했는데, 주방은 2층에 있다. 작은 계단 사이로 음식을 내리락,.. 2020. 5. 7.
스물 다섯번째 이야기, 테니스는 꼭 치고 말테야 나와 쑤가 테니스에 빠진 게 벌써 2년째다. 멕시코와 쿠바 여행에서도 혹시 모를 기회 때문에 테니스 라켓을 챙겼을 정도다. 장기간 여행하기에 테니스를 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해보고 싶었다. 멕시코 시티에서는 숙소 인근에 올림픽 공원이 있어 코트를 빌려 쳤고, 칸쿤에서는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 딸린 근사한 코트에서 쳤다. 아바나에서는 열심히 찾아봤지만 근사한 귀족 스포츠이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테니스'라는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구석은 없었다. 어렵사리 에어비앤비 트립에서 '아바나에서의 테니스'라는 프로그램을 찾았지만 일정이 맞지 않고 거리도 꽤 멀었다. (에어비앤비의 풀은 대단하다. 아바나에서 테니스 레슨 프로그램을 찾을 줄이야) 그래서 아바나에서의 한 달은 꽤나 테니스 가뭄기였다. 급기.. 2020. 4. 29.
스물 세번째 이야기, 한국인 여행자에게 쿠바 랑고스타란? 쿠바 여행을 준비하면서 네이버 블로그와 티스토리 블로그 그리고 각종 쿠바 여행 책을 읽으며 정보를 취합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은 바로 '랑고스타'다. 랑고스타는 랍스터를 말하는 것인데 거의 대다수 한국인 여행객이 쿠바에서 꼭 랑고스타를 먹는다. 까사에서 혹은 랑고스타 가성비 맛집을 찾아서 헤매는 하이에나 떼들이랄까. 한 가족이 세계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쓰고 있는 어느 네이버 블로거는 하루에 두 끼, 세 끼를 랑고스타로 먹었다고 했다. 이때 아니면 언제 이 가격에 먹냐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쿠바 랑고스타의 가격은 까사에서 10 쿡, 식당에서는 12~15 쿡 정도다. 대충 만원 조금 넘는 가격인데, 한국의 랍스터 가격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거의 10분의 1에 가깝다. 지금 생각하니 몹시 차이가 많.. 2020. 4. 28.
스물한 번째 이야기, 아바나 경찰서 두번째 방문기 트리니다드 여행을 출발하기 전 쑤는 아이폰을 잃어버렸다. 도난과 분실 그 사이인데,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 마트 계산대에 올려두고 깜박한 사이 누군가 가져간 것이다. 처음으로 아바나에 위치한 경찰서를 찾아가고, 사건 접수도 하고 진술서도 작성했다. 물론 호텔 로비 직원의 간이 통역으로 도움을 받아 경찰관이 대리 작성해준 것이지만. 다시 한번 더 방문하라고 했으나, 우리는 일정이 있어 트리니다드 여행이 끝난 다음 월요일에 방문하겠다고 했다. 쑤는 꼭 아이폰을 되찾고 싶어 했다. 돈이 아까운 것은 둘째고, 그 속에 들어있는 소중한 사진들이 많기 때문이다. 쑤는 은근히 철저한 성격이라 틈틈이 백업을 하고 데이터를 관리한다. 여행을 시작한 멕시코에서부터 백업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아이폰 속에 모든 여행사진이 들어.. 2020.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