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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8

서른네번째 이야기, 아바나 이발소에서 머리 깎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보통 3~4주에 한 번씩 머리를 깎는다. 짧은 머리를 선호하고 이발소에서 깎는 걸 좋아한다. 그냥 이발소가 아니라 요즘 흔히 말하는 바버샵이다. 유럽 교환학생 시절 처음 가본 뒤 거의 바버샵만 고수하는 중이다. 클래식하고 깔끔한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리고 또 시원하게 잘라주는 맛도 있어서 좋다. 3주만 지나도 짧고 깔끔했던 헤어스타일은 지저분해지기 시작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멕시코에서 1번, 쿠바에서 1번 머리를 깎았다. 참다못해 이발소를 갔는데 둘 다 썩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쑤에게 부탁해서 머리를 깎았는데 이건 영 아니다 싶었다. 멕시코 와하카의 숙소 옥상에 올라가 의자에 앉아 거울을 들고 있는다. 쑤가 챙겨 온 숯 치는 미용가위로 이리저리 잘라보지만 듬성듬성 일정하지 못한 .. 2020. 5. 15.
서른 한번째 이야기, 아바나 500주년 축제 2019년 4월은 아바나가 500년을 맞이하는 달이었다. 나는 아바나에서 마지막으로 머무는 주에 다행히 구경해볼 수 있었다. 4월 중순부터 조금씩 표지판이나 기념 예술품들이 생기더니, 4월 21일 일요일에 가장 크게 열렸다. 잔치는 올드 아바나와 베다도 지역 사이, 캐피톨 건물 뒤편에 위치한 큰 골목에서 열렸다. 올드 아바나로 가는 구아구아를 타면서 지나가니, 축제를 분주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식당들은 거리에 테이블과 의자를 준비하고 구이통을 세팅했다. 가설 무대도 생기고 있었고, 여러 길거리 음식 포차들도 영업 준비 중이었다. 나는 2019년이 아바나가 5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주요 이벤트가 4월에 열릴 줄은 몰랐다. 잔치라면 신이 나서 발을 동동 구르는 나는 꼭 쑤와 구경.. 2020. 5. 12.
서른 번째 이야기, 충격적인 비주얼의 쿠바 식료품과 상점들 '그 나라의 형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슈퍼마켓을 가봐야 한다.'라고 초보 여행객 박 모 씨가 말했다. 박 모씨는 바로 나다. 쿠바 여행을 한다면 식료품점이나 상점들을 꼭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관광품 기념 가게나 외국인 대상 상점이 아니라 현지인 슈퍼마켓이나 잡화점을 꼭 가봐야 한다. '여기가 쿠바 구만!' 하는 감상이 절로 든다. 단순히 낡았다거나 볼품없다거나 그런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어느 구석진 동네에서 좁고 먼지 쌓여있고, 불편한 슈퍼마켓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쿠바의 식료품점과 가게는 완전 계보를 달리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일반 슈퍼마켓이 강아지라면, 쿠바의 슈퍼마켓은 고양이종이다. 쿠바가 콩이라면, 다른 나라는 아몬드랄까. 어쨌든 완전히 다른 종류다. 일단 품목이 다양하지.. 2020. 5. 11.
스물 아홉번째 이야기, 아바나에서는 매일 티코를 20대 넘게 볼 수 있다 쿠바는 올드카로 유명하다. 1970년대 미국 닷지나 쉐보레의 듬직한 크기에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는 올드카들이 도로에 즐비한다. 요즘은 전문적으로 관광 서비스에 종사하느라 새로 단장을 한 차들도 많다. 분홍색이나 보라색 등 생각보다 덩치와 나이에 잘 어울려서 관광 택시로도 인기가 많고 비싸다. 이런 올드카 말고도 다양한 올드카들을 찾을 수 있다. 그중 한국인에게 가장 눈에 잘 띄는 차는 바로 티코다. 90년대를 풍미했던 작고 귀여운 티코는 70년대 태어난 쉐보레와 닷지 형님들 사이에서 열심히 달린다. 버스 투어를 했던 날에는 아바나 주요 지역을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티코가 워낙 많이 보여 한번은 티코 대수를 헤아려 보기로 했다. 그날 20대가 넘어서 지쳐버렸다. 그만큼 티코 동생들은 많이 보인다. 티코도 .. 2020.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