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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쿠바에는 두 세계가 있다

스물 아홉번째 이야기, 아바나에서는 매일 티코를 20대 넘게 볼 수 있다

by cardo 2020. 5. 10.

쿠바는 올드카로 유명하다. 1970년대 미국 닷지나 쉐보레의 듬직한 크기에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는 올드카들이 도로에 즐비한다. 요즘은 전문적으로 관광 서비스에 종사하느라 새로 단장을 한 차들도 많다. 분홍색이나 보라색 등 생각보다 덩치와 나이에 잘 어울려서 관광 택시로도 인기가 많고 비싸다.

 

이런 올드카 말고도 다양한 올드카들을 찾을 수 있다. 그중 한국인에게 가장 눈에 잘 띄는 차는 바로 티코다. 90년대를 풍미했던 작고 귀여운 티코는 70년대 태어난 쉐보레와 닷지 형님들 사이에서 열심히 달린다. 버스 투어를 했던 날에는 아바나 주요 지역을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티코가 워낙 많이 보여 한번은 티코 대수를 헤아려 보기로 했다. 그날 20대가 넘어서 지쳐버렸다. 그만큼 티코 동생들은 많이 보인다. 

 

티코도 쿠바라는 새로운 환경을 만나 탈바꿈했다. 쉐보레 형님이 그랬던 것처럼 보라색, 핑크색, 연두색 꼼꼼하고 예쁘게 칠했다. 오래된 것을 또 다시 오래 쓸 줄 아는 쿠바인들답다. 초록색과 보라색으로 칠해진 티코를 보니 꽤나 귀엽다. 어릴 때는 사람이 들 수 있는 무게라니, 고속도로에서 맞바람이 불면 속도가 줄어든다는 등 조롱과 놀림의 대상이었는데 지금 보니 꽤나 귀엽게 나이 든 고양이 같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 새롭게 단장하여 신나게 쿠바 도로를 달리고 있다. 

 

또 다른 귀여운 올드카를 발견하여 사진 찍었다. 쑤가 인스타그램에 올리니 폴란드인 친구가 이게 뭐냐고 연락이 왔다. 우리나라의 티코처럼 예전에 폴란드인들에게 사랑받았던 국민차였다고 한다. 작고 귀여운 게 폭스바겐의 골프와 티코 사이쯤의 느낌이다. 동유럽의 티코를 쿠바에서 만났다. 귀여운 차를 좋아하는 취향은 나나 쑤나 여전하다.

 

쿠바를 여행하면 여러 종류의 올드카를 볼 수 있다. 미국인들은 예전의 쉐보레와 닷지를 보며 향수를 느끼고, 한국인은 티코를 보고 놀란다. 폴란드인들이나 유럽인들은 아까의 그 국민차를 보며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서 아직 다니는구나 이놈!' 하는 마음이다. 아바나 여행하면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우연히 발견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