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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쿠바에는 두 세계가 있다

열일곱 번째 이야기, 아바나의 유명 호텔들

by cardo 2020. 4. 22.

쿠바와 아바나의 역사만큼 유명한 것이 호텔들이다. 난 대부 시리즈 중 두 번째 편에서도 쿠바 호텔이 나온다. 내 기억으로는 호텔 NH 카프리다. 혁명이 진행되며 급히 피신하는 장면이 나온다. 

 

예전에는 미국 상류층과 마피아들의 향락지였던 쿠바인 만큼 오래전 유명했던 호텔들도 많다. 대다수 호텔들이 지금의 쿠바가 짓기에는 어려운 퀄리티를 자랑한다. 굉장히 크고 화려하다. 돈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1950년대 쿠바 혁명 전에 지은 것들이다. 혁명 후에는 전부 카스트로 정부에 몰수되었다. 그 화려하고 웅장한 호텔들을 뺏겼으니 미국 마피아와 부자들은 얼마나 아깝겠는가. 미국 정부에 지속해서 로비를 하고 압박을 하지만 소용없었다. 쿠바의 카스트로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군대도 보내고, CIA를 통해 암살 시도도 하지만 끄떡없는 피델 카스트로였다. 

 

이런 에피소드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호텔 아바나 리브레다. 지금 봐도 꽤 큰 자태를 자랑한다. 42개의 스위트 룸을 포함해 630개 객실을 보유하였으며 거대한 만찬장, 수영장, 복합 놀이 시설 등을 갖췄다. 원래는 호텔 명문가인 힐튼에서 투자하여 지었다. 이름도 힐튼 호텔이었으나... 혁명 이후 쿠바 혁명 정부에게 강제로 뺏기고는 이름도 '아바나 리브레'로 바뀐다. 피델 카스트로는 이 호텔에 자신의 집무실을 만들고 석 달간 지냈다고 한다. (얼마나 짜릿하고 좋았을까)

 

"동무, 혁명이 좋구만 그래. 스위트 룸을 집무실로 쓰다니 말이야."

"카스트로 동무, 내 방은 어디오?"

"어이, 그 아무거나 잡고 호실만 보고해. 어차피 이 모든 것은 내 것이니 말이야 이제. 아니지. 우리 쿠바인들 것이란 말이야. 양키 놈들 궁둥이를 뻥 차서 쫓아내니 속이 시원하구먼."

"양키 놈들이 다시 돌려달라고 협박하면 어쩌지요?"

"뭐 어째 이제 여기 오고 싶으면 돈 내라고 해. 그 누구냐, 힐튼이었네 할튼이었나. 그 자본가 친구도 이제 여기 오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이 말이지."

"반발이 상당할 텐데요?"

"그건 그 양키 놈 사정이고. 우린 쿠바 인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성공한 혁명가들이란 말이야. 그러니 강경하고 단호하게 나와야 저 양키 놈들이 고개를 숙일 것 아냐? 바티스타 못 봤어? 저 놈들이랑 협상하는 순간 달러의 노예가 되는 거야."

"그렇군요. 역시 카스트로 동무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자본을 거부하기 어려웠던 피델 카스트로는 아바나 리브레를 포함한 유명 호텔들을 미국 관광객 대상으로 영업하기로 결정한다. 당시에는 돈도 돈이지만 여기서 일하던 수많은 쿠바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었기 때문에 항의도 많았다고 한다. 명색이 노동자를 위해 혁명을 한 사회주의 국가 아닌가. 취업 문제도 해결하고, 돈도 벌어들이기 위해 다시 개장하여 국영 호텔을 운영하려고 했으나 미국 정부에서는 거절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은 강력한 무역 장벽 조치를 취한다. '아니 원래 내 건데 너네가 왜 운영하고 우리 돈을 가져가려고 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피델 카스트로는 홍길동 같은 인물이었다. 미국의 자본이 호텔을 짓고 거대 마피아가 카지노를 운영하는데 혁명을 통해 이를 강제로 뺏고는 미국인들을 상대로 영업하겠다고 밝히다니. 미국 입장에서는 얼마나 약이 오르겠는가? 공장을 뺏고는 거기서 나오는 물건은 계속 팔겠다고 밝히는 꼴이니 그것도 '그' 미국을 상대로.

 

두 번째로 이야기할 호텔은 쑤의 개인적인 최애 명소인 호텔 나시오날이다. 호텔 나시오날을 말레꽁에서 바라보면 단단한 요새처럼 보인다. 높은 지대에 있고, 호텔 나시오날로 가기 위해서는 완만한 경사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호텔 외부 메인 출입구부터 로비까지 관광 택시가 즐비하였다. 1층 로비는 약간 어두우면서 목재를 많이 사용하여 고풍스럽다. 1930년에 지어진 호텔로 9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덕분에 실내는 매우 우아하고 단단한 느낌을 준다. 

 

이 호텔에서는 역사가 깊은 만큼 중요한 자리도 많이 열렸다. 호텔 나시오날 또한 미국이 지었고, 당대 권력가들과 부자들이 모여 회의를 갖거나 만찬 행사를 열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쑤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던 곳은 로비를 가로지르면 나오는 야외 정원이다. 밖에서 보면 벼랑 위처럼 보이는 곳이 모두 야외 테라스로 꾸며져 있다. 바와 카페도 운영한다. 정원에서 조금 걸어가면 말레꽁이 내려다보인다. 말레꽁과 그 말레꽁을 따라 이어진 도로가 보이며 날씨가 좋으면 해협 건너 모로 요새도 보인다. 강한 햇살을 피해 그늘로 들어가 가만히 앉아 있으면 멀리서 올드카 소리가 미세하게 들린다. 고개를 돌려 바다를 바라보면 말레꽁과 먼 지평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신선놀음하기 딱인 곳이다. 

 

재밌는 점은 이 요새처럼 보이는 호텔이 한때는 진짜 요새로서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1933년 바티스타 군과 이에 대항하는 군대 간 전투가 일어났다고 한다. 당시 바티스타는 젊은 군인이었는데 쿠바를 위해 독재자가 되었으나 결국 미국의 친구이자 부하이자, 당시 많은 중남미 국가들의 그렇고 그런 독재자 중 한 명이 된다. 어쨌든 호텔 나시오날의 벽에는 아직도 총알 자국이 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아직 내려온다.

 

야외 정원 끝자락에는 땅굴이 있다. 지금은 관광지로 활용되는데 자유롭게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게 되어있다. 나도 들어가 봤는데 길고 복잡한 수준은 아니고 당시 전투기의 미사일 폭격 정도 잠깐 대피할 수 있는 곳 같았다. 이 땅굴은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지어졌는데, 아바나를 지키기 위한 요충지로서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내가 둘러본 쿠바 호텔들 중 나름 재밌는 이야기를 갖고 있는 2개의 호텔들을 말해보았다. 이밖에 올드 아바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센트랄 호텔 루프탑과 럭셔리한 호텔 세비야, 가장 유서 깊은 호텔 플라자도 가보았다. 저마다 다른 매력을 지녔다. 새롭게 오픈한 호텔도 있고 짓고 있는 호텔도 있다. 아바나도, 쿠바도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재미있는 스토리를 자랑하는 역사 깊은 호텔들이지만 사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와이파이를 연결하기 위해 방문한다.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구역이 정해져 있는 쿠바에서는 가장 만만한 곳이 유명 호텔 1층이다. 소파도 있고 에어컨도 있으니 밀린 웹 서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 딱이다. 

 

 

아바나 전망뷰 추천 센트랄 호텔 루프탑(Iberostar Parque Central Ho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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