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37 폴 오스터(Paul Auster)의 선셋 파크(Sunset Park)를 읽고서 폴 오스터의 소설은 매혹적이다. 미국의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현실적이면서 신비로운 세계관을 구축하는데, (여기서 폴 오스터는 현실적인 그리고 신비로움을 동시에 구사한다) 독자는 홀린 듯이 빨려 들어간다. 난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감탄했다. "와 진심으로 너무 재밌다!" 선셋 파크에 나오는 인물들은 뭔가 하나씩 고장 났다고 할까,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다들 한구석이 무너진 인생이다. 총명한 명문대생에 화목하고 부유한 집안이지만 고등학생 때 의붓형제와 싸우다 밀쳐 사고로 죽은 모습을 본 주인공부터 중학생과 사랑을 나누다 덜컥 임신하여 낙태시킨 적 있는 여자, 남자 친구와 사이가 좋지 않고 스스로 뚱뚱하다고 자괴하며, 한 가지 분야에 몰두하며 자존감을 잃어가는 여자, 그리고 여자에게 인기도 없고 남자 주인공을 .. 2020. 3. 23.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를 읽고 나서 (책 리뷰) 프랑스 남부의 어느 도시에 전염병 페스트가 돌고, 폐쇄된다. 페스트가 잠식한 도시와 그 속에 생활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카뮈는 인간을 투쟁의 동물, 인생을 투쟁의 역사로 본다. 거칠게 말하자면 그렇다. "나는 반항한다. 고로 우리가 존재한다.(Je me revolte, danc nous sommes)"라는 유명한 말을 한 바 있다. 왜 내가 반항하고 우리가 존재하는 걸까. 반항하는 개인 하나하나가 있기에 우리가 성립될 수 있지 않을까. 페스트에서는 여러 주인공들이 나오는데 각자의 투쟁을 한다. 묵묵히 혈청 치료제를 개발하는 사람, 늘어나는 환자와 격리된 가족의 슬픔을 눈 앞에서 보지만 버텨내는 사람, 가족과 헤어지는 사람, 폐쇄된 도시에 고립되어 두고 온 약혼자를 그리워하는 사람, 아픔의 종류.. 2020. 3. 22.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읽고 나서 (책 리뷰) 일본 소설에 대해서는 슬슬 알아가고 있지만 역시 요즘 열명이면 여덟은 무라카미 하루키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를 통해 입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 유명한 소설 몇 편과 다수의 에세이집을 읽어 스타일을 알고 있지만 아직 그 유명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읽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읽을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고 싶다. 일본어 문장 특유의 리듬과 문체가 있겠지만 그걸 한국어로 번역하는 스타일에도 뭔가 있다. 점잖은 듯 하지만 산뜻하게 읽히며,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식 표현을 그대로 넣는 경우가 그렇다. 순 우리 문장이 아니라 약간 거북하면서도 싫지만은 않다. 일본어 문화권에 많은 영향을 받은 터라 어쩔 수 없나 보다. 인간실격 서평을 쓰려다 일본 소설.. 2020. 3. 22.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 책 리뷰 문유석 판사는 오랜 기간 한국사회에서 버틴 개인주의자다. 그의 고백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으며, 근대 개인주의란 무엇인가? 합리적인 개인은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을 갖게 만들었다. ‘다름은 물론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가능한 한 참아주는 것, 그것이 톨레랑스다.’ 프랑스의 국민정서를 대표하는 톨레랑스를 소개한다. 왜 유럽 선진국이 합리적 개인주의를 갖출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은 근대 경제성장과 더불어 개인주의의 성숙을 오랜 기간 지속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추진하며, 중요한 정신적 철학적 문화적 성장은 빠트렸다. 결국 지금과 같이 경제력은 뒤지지 않지만 시민의식은 한참 뒤지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갖춘다. ‘네 능력은 뛰어난 것에 있는게 아니다. 쉬지 않고 가는 데.. 2020. 3. 22. 이전 1 ··· 4 5 6 7 8 9 10 다음